내 젊음은...
젊음은 유리한 것이 많다.
넘치는 힘과
힘에서 품어져 나오는 팽팽함,
팽팽함을 타고 흐르는 열정.
젊음은 그런 것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모자라고, 부족하다.
하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다.
젊음은 막 피어오를 때이니,
만개를 향해 가는 것일 뿐 만개한 것은 아니라
모자란 것이 당연하다.
애어른 노릇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색하고 불편하게 보이는지 생각하면 실수투성이 젊음은 젊음다워서 자연스럽다.
부족함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니
이 얼마나 유리한 조건이며 상황인가.
하지만 젊은 쪽은 이렇게 반발할지 모른다.
그래서 열정페이니 뭐니 혹사하는 것은 아니냐고.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나니
젊음을 찬양하려던 내 마음이 부끄럽다.
막 돋는 연둣빛 잎새를 보고 젊음을 치켜세우려 했는데
이러고 있는 것이 그저 편 가르기, 구분하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에 쓴 거 다 지워버릴까?
그래도 젊음을 지나온 사람이, 지난 젊음을 떠올리는 것으로 해두자.
젊을 때 나는, 나를 그리 사랑해주지 못했다.
충분히 사랑스러운 존재였을 텐데
자꾸 숨어들고, 자책하기 바빴다.
늙어가는 시점에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어린, 젊은이 '나'가 안타깝다.
그런 내 마음이 지금 이런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 거 같다.
그런데 어쩌면 난 지금이 너무 젊은 거 같기도 하다.
어느새, 내 젊음의 기준은 팽팽한 피부와 싱그러운 미소
주민등록증의 최근 연도가 아니다.
내 젊음의 기준은 건강한 두 다리다.
그래서 어디든 불편 없이 걸을 수 있는 것.
내 젊음은 기억하는 일은 좀 못하더라도
명료한 생각과 판단을 하는 것.
그래서 생각을 글로 쓰고, 말할 수 있는 것.
또 내 젊음은 약간의 욕구.
배가 고파 맛난 음식을 떠올리고, 무언가를 궁금해하는 것.
그래서 먹고, 보고, 만나는 것.
그 정도면 난 젊고, 삶은 즐거운 것.
혼자 먹고, 씻고, 걷고, 말하고, 생각하고, 일하고.
이 축복을 고스란히 누려보자. 사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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