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낙우송

by 올제

지난번에 다녀온 청남대 산책길에 한없이 늘어서 있던 가로수가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정확히는 그 나무의 어마어마하게 높은 키와 쭉쭉 뻗어 속이 시원한 가지들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일부인 그러나 지극히 강하게 각인된 부분이 있었다.


아, 처음에는 그 나무들이 담양에서 많이 보았던 메타세쿼이아라고 생각했음을 밝혀 둔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착각하는 것인지 그 길 걷는 내내 바닥에 이 나무에 대한 소개 글이 주기적으로 솟아 있었다.


잎이 떨어지는 모습이 새의 깃털과 같은 소나무라 하여 낙우송이라 부른다고 하였다. 여기까지는 별반 놀랄 일도 새롭다고 할 일도 없다.


그 나무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서 있는 그 길을 걷는 내내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길 따라 내내 시선을 붙잡아 놓아 주지를 않는 무엇인가가 땅바닥에 있었기 때문이다.


낙우송이 우뚝 솟아 있는 하늘 끝에는 눈 부신 태양이 있어서 감히 올려다보기도 버거웠다. 낙우송이 뿌리박고 있는 땅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지만 사실 땅끝에 있어야 할 것이 마치 고름처럼 땅 위로 툭 툭 올라와 있었다.


자그마한 그루터기처럼 보였으나 테두리가 다 껍질을 입은 채 묘하게 불쑥불쑥 땅 위로 올라와 있었다.


나무의 고름이라고 하기엔 극단적으로 크고 줄기라 하기엔 너무 굵고 뿌리하고 하기엔 위치가 아니지 않은가?


죽 늘어선 그 묘한 형상들은 마치 제주 바닷가 올레를 걷다가 마주친 작은 현무암 무리같이 보이기도 했다. 현무암처럼 검은 고통이 내 맘대로 와닿은 거다.


이쯤에서 궁금증을 해결해 주려는 듯 팻말이 꽂혀 있어서 가볍게 체크해 본다.


-나무 주변에 불쑥 솟아 있는 것은 낙우송의 뿌리인 ‘기근’으로 습지나 토양이 불량하면 숨쉬기 위해 솟아난다.-

아, 숨쉬기를 위해서 저렇게 울퉁불퉁 거칠게 땅을 비집고 올라와 나무 근처에 머물고 있다니!


가볍게 확인한 진실은 마음의 추를 무겁게 달아 한참을 그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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