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공항 가는 길

by 올제

공항 가는 길인 줄 알았을 것이다. 만약 그들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면.


머리엔 멋쟁이 벙거지 모자를 쓰고 형형색색의 여행용 캐리어를 굴리며 서로의 갈 길을 가고 있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고 다른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건물 어느 층에 있든 그들의 목적지는 입원실인 줄을 이젠 알게 되었다. 가족들에게 이것저것 생필품들을 챙겨 오라기엔 미안한 거다. 스스로 필요한 모든 것을 처음부터 가방에 챙겨 넣어 여기로 온 것이다.


떠난다는 속성을 가진 모든 것은 다 여행과 같다. 이 황량하게 펼쳐진 사막의 로비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번호표를 들고 도열해 있다.


눈앞의 장면을 보며 멍 때리는 것은 기다림의 권태를 살짝 덜어주기도 한다.


산소 호흡기를 꽂고 침대 위에 누운 채 앞을 지나는 사람, 침대 난간을 지푸라기처럼 잡고 매달리는 그의 가족, 가야 할 곳을 알고 가는 캐리어 행렬, 정신없이 오가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 순간 불안과 초조를 걷어낸 유일한 대상이 하나 있다.


자본주의의 가운을 입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그는 언제 보아도 환한 미소로 모두를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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