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현실적이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가난에 허덕이는 엄마가 안쓰러워 대학 시절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고, 졸업 직후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다.
그것이 이유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연애란 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이것 또한 이유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24시간 내내 시만 생각하는 게 아직은 많이 서툴다.
나를 옥죄는 크고 작은 고민과 잡념들이 이유라며 빠져나오기엔 다소 비겁하기도 하다.
그런데 머릿속에 늘 시를 갈구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래서 생긴 버릇이 있다.
자꾸 주변을, 사물을, 사람을 빤히 쳐다보며 멍 때리는 습관이 생겼다. 순전히 일방통행인데 상대가 알아챌까 봐 조심하고 있다.
욕실 벽에 납작하게 붙어서 제발 못 본 척 살려달라고 하는 나방을 빤히 쳐다본다. 나의 숨소리가 천둥처럼 들렸을 나방이 오들오들 떨었을 거다.
음식물 쓰레기를 투하하며 내려다본 오물의 세계는 악취를 무릅쓰며 속을 들여다보는 이상한 사람을 배척했을 거다.
건널목에서 저마다 자신의 휴대전화만 빤히 쳐다보고 있는 일련의 사람들을 옆에서 빤히 쳐다보는 낯선 사람의 기운에 그들은 섬뜩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내게로 오지 않는다'.
집착은 사랑을 맺지 못한다는 정도는 안다. 대상이 스며들 수 있게 나를 온전히 내어주고 의식의 흐름대로 고분고분 따라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가시나무'라는 노래의 첫 소절은 늘 진리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그런데,
때마침 갈바람에 뒤통수를 맞은 낙엽이 한 마디 거든다.
"쳇, 요즘 시대에 시는 써서 무엇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