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시) 마중

전영미의 시 '배웅'을 패러디하여 씀.

by 올제

마중 / 올제



집을 나선다

네 방의 창을 열어 두고

냉장고에 식량을 가득 채우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마음에 설렘만 잔뜩 들고서는

동대구역 1번 출구로

앞산순환도로 양쪽 구름이 뽀글뽀글 노래한다

신천대로를 지나 동신교를 빠져나오며 동대구역까지 달려간다

기쁨아,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지?

빨간 신호등을 한참 바라본다

신호는 한 번에 통과를 허하지 않는다

나의 마중은 마음보다 더 늦을 것이다





배웅 / 전영미


집을 나선다

빈 새장을 열어주고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고

아무것도 심지 않은 화분에 물을 주고는

깊은 밤 속으로

길가 버드나무가 잠깐 흔들린다

뒷골목을 지나 공원을 돌아 호숫가까지 걸어간다

슬픔아,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지?

호수에 잠긴 수초를 오래 바라본다

물에는 앉을 데가 없다

나의 귀가는 어제보다 더 늦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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