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다음에 만날 때는

by 올제


대학 동아리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대화의 주제는 오직 ‘과거’다. ‘현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가 너무 길어질 것이므로.


과거의 우리들로 돌아가니 과거의 사람들의 안부를 묻게 된다.


-그때 그 북문 카페. 그대로인가? 벌써 사라지고 요즘 북문은 온천지에 쓰레기고 분위기 너무 별로야.


-그때 그 코 빨간 선배, 되게 순진하고 착했지. 근데 그 선배 지금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네.

-아, 그 선배... 콧수염이랑 턱수염이랑 막 기르고 사업가로 잘 살고 있대.


-그때 그 친구, 내가 참 좋다 하더니... 어디서 무얼 하며 사는지 궁금하네.

-아, 그 친구? 동아리후배랑 결혼해서 서울 강남 50평짜리 아파트에서 잘 살고 있대.


-그때 그 선배는 되게 열심히 활동했지. 근데 그 선배 지금 어디에 살아?

-아, 그 선배... 죽었대. 많이 아팠다나 봐.


-그때 그 선배는 참 웃겼지. 근데 그 선배 지금 어떻게 산대? -아, 그 선배... 죽었대. 자살이었다나 봐.


시간 동안 과거를 떠돌다가 한 친구가 마무리 멘트를 한다.

-오늘 너무 반갑고 즐거웠어. 다들 잘 살고 다음에 또 보자. 다음에 볼 때 누가 없어지고 그러면 안 된다. 죽지 말고 잘 살아.


죽지 말고...

그래. 죽지 말고.

왜냐면

누구든 자신이 ‘죽었대’의 주어가 되는 것은

죽기보다

싫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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