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시야의 한계

어느 해 초봄, 도서관 2층에서 앞마당을 내려다보며

by 올제

도시 외곽의 면사무소와 이어진 도서관 2층 창가 자리에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다. 책상과 맞닿은 유리창의 밑부분만이 세상과 소통의 빛을 허락한다. 바깥 풍경은 모두가 잘려 있다. 앞마당에 보이는 것들은 이 시각 모두 정지해 있다. 아직은 누런 색의 잔디광장, 꽃이 숨어 있을 나무, 누군가 무심히 세워둔 자전거, 밤에 태어날 가로등이 그대로 멈춰 있다. 꼬마들의 얼음 땡 놀이만큼이나 진지하게 멈춰 있다. 술래의 시선에 잡히지 않으려고 더욱 긴장된 들숨을 부여잡고 있다.


정지된 주변 탓인가 여리디 여린 봄의 나뭇가지가 거칠게 흔들리고 있다. 저러다 예리한 술래에게 들키면 어쩌나 하며 도무지 책으로 눈을 옮기지 못한다. 이 순간 훅 시야에 들어오는 게 있다. 잔디광장 바닥에서 요동치는 깃발의 그림자들. 블라인드가 턱 막고 있어 목이 잘린 깃발들이 바닥에서 춤을 추고 있다. 지상에는 피도 흐르지 않는 기둥 세 개가 우두커니 죽어 있다. 누런 잔디밭에서 흐느적 춤을 추고 있는 저 깃발 세 개가 가장 자유로이 살아 있다.


저렇게 흥에 겨운 춤사위에 술래가 곧 달려올까 걱정이 앞선다. 가장 행복해 보이는 그들이 가장 걱정이 된다. 어서 그들의 몸속으로 들여보내고 싶지만 '이렇게 밖으로 나와 마음껏 흔들릴 때도 있어야지...'라고 말을 뱉을 뻔했다. 기둥은 꽃샘추위에 흔들리는 깃발 그림자를 걷어 올려 지글지글 끓는 아랫목 이불을 포옥 덮어주고 싶을 것이다. 그 마음 쥐어짜며 움직이지도 못하는 발을 동동 거리고 있을 기둥들에게 성급한 마음을 건넬 뻔했다.


이것도 저것도 웬 오지랖인가 싶어 남은 창문마저 블라인드를 내려 장면을 닫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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