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자주 한 생각이 있다.
― 요즘은 눈만 뜨면 온 천지에 자료와 정보가 넘치는데 무엇이 부족해서 공부를 안 하는 거지?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된다) 나 때는 뭘 몰라서 물어보려고 해도 물어볼 데가 없고 책도 살 형편이 못되고 공부할 방이라고는 꿈도 못 꾸었는데……. 쯧쯧
이 말을 밖으로 내뱉지 않는 데에는 참을 ‘忍’ 자 세 번으로는 부족했다.
요즘은 내가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자주 하는 생각이 있다.
― 눈만 뜨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휴대폰에서 끊임없이 정보가 쏟아지고 온갖 유튜버들이 지식을 전달해 주겠다고 야단법석이고 서점에 가면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헤아릴 수 없는 자료를 빼곡히 보여 주고 있는데 뭐가 부족해서 공부를 꾸준히 하지 않는 거지? 예전에는 책 살 돈도 없고 물어볼 사람도 없고 내 방도 없어서 언감생심 꿈도 못 꾸었는데……. 쯧쯧
이 말을 밖으로 내뱉지 않는 데에는 사실 이것이 다가 아니라는 비합리적인 논리를 갖다 대기 위함이다.
매일 나의 휴대폰은 나의 관심분야를 척척 알아서 분석 완료 후 ‘이것도 궁금하신 거죠? 그럼 바로 클릭! 클릭!’이라며 이상한 유혹을 한다.
반골 기질이 있는 나로서는 자꾸 보라고 하면 더 보기 싫고 자꾸 이걸 하라고 하면 저걸 하는 척한다.
말도 안 되는 핑계이지만 정보의 홍수에 빠져 죽고 싶지 않은 거다.
때로는 가뭄 속에서 스스로 목이 마르고 싶다. 물은 그때 마셔야 가장 달콤하다. (이걸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이유는 자기도 그렇다고 할까 봐 두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