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스무고개

by 올제


스무 살에 태어났다고 한다. 사실 태어난 기억이 없다고도 한다.


사람들이 자꾸 물어보기만 한다.


먹을 수 있나요? 말을 하나요? 차가운 가요? 만질 수 있나요? 빠른 가요? 높은가요? 딱딱한가요?


자꾸 물어만 보는 사람들이 있고 대답만 하는 사람도 있다. 묻는 사람들은 궁금한 게 많다. 답하는 사람은 말이 짧다.


‘예’, ‘아니요’ 둘 중 하나다.


하지만 흑과 백은 아니다. ‘예’, ‘아니요’로 답할 수 없는 질문은 애초에 없다.


고개는 사춘기도 없었다. 늙지도 않을 거란다. 늘 스무 살이다. 스무 번을 물어도 스스로 드러나는 법이 없다.


늘 마지막에는 이런다. ‘나는 누구일까요?’


글쎄. 당신은 누구일까요? ‘예’, ‘아니요’로 답할 수 없어서 나는 대답할 수가 없다.


왜냐면 요즘은 "예"만 하면서 사니까 지치고, "아니요"만 하면서 사니까 더 지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이라고 시작하는 문장은 가장 지치게 하는 화살의 촉으로 돌아와 꽂힌다.


스무 살에 태어나는 건 참 별로다. 벤자민 프랭클린처럼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처럼 시간을 따라 제대로 늙을 수도 없다.


사람들은 뭣 하러 스무 번이나 그에 대해서 묻는 것일까? 정말로 궁금한 것은 무엇일까? 그는 이것이 궁금해서 맨날 고개를 갸우뚱하다 보니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스무고개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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