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을 읽고

몇 해 전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 읽고 써 둔 글을 꺼내봅니다


소설을 단숨에 읽어 내린 적이 없다. 아니 애초에 소설 읽기를 즐기지 않았다. 가상의 등장인물을 익히고 관계구도를 파악하고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개인적으로 수월하지가 않다. 책을 속독하지 못하는 오랜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지면의 글자 하나하나가 자기를 자세히 봐달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하나씩 하나씩 글자를 꾹 꾹 누르며 읽는 눈의 습관이 있다.


그래서인지 또는 오늘 작가를 만난다는 설렘 때문이지 아니면 제목에 끌려서인지 책을 펼치고부터 나도 모르게 빠져 들어서 꼬박 하루도 못 채우고 마지막 장을 덮은 것이다. 특별히 대단한 사건이 없으나 특별히 평범하지도 않은 사건들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나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이 무작위로 발생한다. 너의 마음인 줄 알았으나 나의 마음이기도 한 거다.


각각의 단편들은 그렇게 자연스레 독자의 마음을 연다. 나는 마치 소설의 1인칭 화자가 되어 나의 이야기를 말하고 쓰고 있음을 느꼈다. 살면서 막연히 상상했었던 혹은 일어날 까봐 두려워했던 일들을 직접 겪은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이런 플롯(plot)을 만들어 낸 것인지 감히 작가에게 질투심을 가지기도 했다.


왜냐면 그의 글은 마치 카페에 앉아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친밀감과 현장감을 주는 까닭이다. 왜냐면 그의 글은 우리 모두에게 있을 법한 인간의 내면세계와 심리 현상을 개연성 있게 자연스러운 묘사로 보여주는 까닭이다.


각설하고 나는 이 짧은 단편들에 이 짧은 시간에 빠진 거다. 작가가 함께 아프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방황해 주는 듯한 묘한 동질감을 주는 기분 좋은 착각에 빠져 커피가 식는 줄을 몰랐던 거다. 덩달아 나도 같이 아프고 고민하고 방황하면서 소설 속 인물들의 삺을 동행한 기분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누구나 살다 보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결국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며 정답은 없지만 그것조차 불가항력일 때가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면서 묘한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미안한 맘이 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 하나를 남기고 나는 마지막 장을 넘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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