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DJ는 잘못이 없다
누군가 그 노래를 신청한 탓이겠다
길이 막힌 건 마침 명절이 다가온 탓이겠다
해마다 이맘때는 늘 그랬으니
별반 다를 것도 없는 도로 사정인 거다
창밖 바람이 선선해진 것은 불가항력이다
와인색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의 발걸음이
창밖 풍경을 보란 듯 가을로 만들어버린 것은
그저 그 여인이 계절의 대세를 따른 거다
시끄러운 세상만큼이나 고요한 자연의 평화가
라디오 전파를 흐르는 노랫말보다 더 슬픈 거다
당신은 아마 노랫말보다 무르익은 세월이 더 슬픈 거다
때마침 흘러내린 당신의 눈물이
가을의 전경을 휘 저어 더욱 깊어지는 거다
유난히 메마른 안구의 퍼석해진 껍질이 목을 축이는 거다
어쩌면 당황한 두 손이 운전대를 더욱 긴장하여 잡은 거다
비가 오는 척 자동차 와이퍼를 무심히 춤추게 하더라도
그 아침 당신의 눈물은 다시금 FM 라디오 탓인 거다
누구나 한 번씩 예기치 않은 눈물에 애써 핑계를 찾는다
살다가 문득 어떤 서글픈 생각을 하는 건 삶의 관습인 거다
눈물이 고이는 것을 스스로 측은해하지 말아야 한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을 가다듬지 말아야 한다
가을이 언제 떨어 흩어지는 나뭇잎을 잡으려 한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