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용문사 대장전(大藏殿) 마루 아래 외발로 서 있다
팔각 모자를 쓰고 가슴에는 경전을 품고 있다
세 바퀴를 돌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을 고대가 주었다
절간 처마에 구름을 헤엄치는 물고기의 풍경소리,
나는 왜 바다에서 떠나와 이곳에 있나 산새에게 묻고 있다
글 모르는 산골마을 순이 할매,
그걸 알아 무엇할 건가 그런다
순이 할매,
대장전 들어서 부처님께 초 밝히고 백팔 배를 한다
삐거덕 우두둑.
이건 절간 마룻바닥 소리일 리가 없다
순이 할매,
경전을 읽지 못해 양손 받들어 윤장대를 돌린다
서가 속 불경들 하나 둘 일어나
페이지가 넘어가고 경전이 흐른다,
순이 할매 귀에도 대웅전에도 글 읽는 소리,
적막이 자리를 내어 주며 한껏 더 숨죽이는 곳,
울퉁 불통 순이할매 경전 읽는 소리,
부처님께로 또바기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