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는 야생화 1

아내의 입술 색깔을 닮은 현오 색

by 김재선



하선재에도 봄이 왔다.

진달래가 진한 핑크빛을 띠고 꽃봉오리 품은 채 눈을 키웠다.

아마도 다음 주쯤이면 수줍은 새색시처럼 얼굴을 붉히며 활짝 필 것이다.

지금은 노란 생강나무가 한창이다.

잘 모르는 사람은 산수유와 비슷하다고 할지 모르나 꽃향기는 생강나무가 더 진하고 향기롭다.

나무들이 이처럼 봄을 알려주듯이 땅에서도 봄을 알리는 꽃들이 있다.

눈 속에서 복수초가 피고 나면 여기저기 봄꽃들이 피어나는데 그중에 비교적 먼저 피는 꽃에는 현오 색이 있다.

야생화는 거의 모두가 그렇듯이 사이즈가 작다

현오 색은 키가 20cm밖에 안되지만 무리를 지어 피우면 참 아름답다.

종같이 생긴 꽃들이 달려있는 모습이 마냥 귀엽다.

지역에 따라 종류에 따라 꽃의 색깔은 여러 가지다

보라색, 흰색 , 자색, 핑크색도 있다. 거기에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하선재 근처에 핀 현 오색 꽃은 연한 핑크빛을 띠고 있는데 아내의 입술 색깔 같아 더욱 곱다.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야생화 대부분이 약용 효과를 갖고 있듯이 현오 색도 뿌리에 진통 작용하는 성분이 있어 통증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 옛 어른 들은 배 아플 때경통에 쓰곤 했다.

더욱이 진통효과는 모르핀의 절반 정도 효과가 있고 우리가 마시는 가스활명수에도 현오 색의 뿌리가 들어있다.


현오 색은 고대 중국의 북방민족인 호국에서 약재로 많이 생산됐다고 해서 오랑캐 '호'자를 썼고 이식물이 싹이 올라오면서 서로 꼬인다 해서 새끼 꼬다의 '색'자를 써서 "현오 색"이라 했으며 송나라 때는 "연호 색"이라 부르기도 했다.


뿌리 부분에 덩이줄기 부분을 말려서 주로 약용으로 쓴다.

꽃말은 비밀, 보물주머니라고 하는데 잎모양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나눠 빗살 현오 색, 댓잎 현오 색. 산괴불주머니. 염주괴불주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쌍떡잎식물이면서 양귀비목에 속하는 현오 색은 다년생 식물이라 해마다 핀 곳에 또다시 피어난다.


현오 색의 많은 꽃들이 종처럼 달려있는 걸 보면 이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려는 새 학기를 맞이하는 초등학생들 같다.

어리고 약한 모습이지만 그들에게 미래가 있고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아 꽃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좋은 소식이 올 것 같다.


도심에서는 보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지만 시골에서 봄에 피는 꽃을 보는 거는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겨우내 하얀 눈이 아니면 지난가을에 떨어진 갈색 낙엽이 전부인 땅에서 새로운 칼라인 꽃들이 올라오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하다.

산은 겨우내 모든 생명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는데 봄이 되니 또다시 화장을 하고 꾸미는 아낙네 같아진다.

산은 하루가 다르게 푸른 잎을 내고 많은 꽃들을 피울 것이며 꽃의 향기로운 향기가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을 깨워내고 또다시 바빠지고 많은 열매를 낼 것이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많은 꽃들은 저마다 이름을 갖고 있을 것이며 거기에 어울릴 사연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들과 인사를 하고 배우고 하나하나 알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자연을 배우고 산을 배우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자연을 배우고 자연과 하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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