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선재를 지으면서 정원을 꾸밀 때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아내지만 꼭 심고 싶은 나무가 있다고 했다.
그 나무가 바로 산딸나무다.
흰꽃이 피고 나중에 거기에 딸기 같은 빨간 열매가 열린다. 그래서 산딸이라고 불리는 나무다.
양평까지 가서 내 키 정도 자란 산딸나무를 구해다 아내가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라볼 수 있도록
햇볕 잘 드는 곳에 심었다.
심은 첫해 산딸나무는 엄청 몸살을 앓았다.
두고 온 집이 그리워서일까? 아님 낯선 곳이 익숙지 않아서일까? 어린 산딸나무는 제대로 먹지도 못한 아이처럼 잎사귀자체가 쪼그라들도록 하루하루 말라만 갔다.
그걸 바라보는 아내는 수심만 더해갔다.
저러다가 지난번 옮겨 심은 감나무처럼 죽는 게 아닌가 더럭 겁이 났다.
죽은 감나무를 뽑아낼 때도 아내는 아픈 다리 잘라내듯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는데ᆢ
아내를 행복하게 편하게 해 주겠다고 지은 집인데 나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니 좀 민망하기도 하다.
돈 들여서 어렵게 심은 나무가 죽어나가는 것 보는 건 나로서도 꽤나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
이번엔 더욱이 아내가 그토록 심고 싶어 했던 나무가 아닌가?
난 하선재 올 때면 산딸나무 뿌리 깊숙이까지 물을 주면서 잘 자랄 것을 당부하고 격려하고 기도까지 했다. 심지어 나무에 손을 얻고 안수기도까지ᆢ
그렇게 어렵게 한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어서 퇴비 한 포대를 다 부어 주었다.
영양분을 받아서인지 그동안 대화 나눈 것에 안정을 찾아서 인지 잎사귀가 푸르게 나더니
드디어 탐스런 꽃을 피운 것이다.
아내는 이 꽃을 바라보면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비라도 올라치면 아내는 커피잔을 들고 첼로의 협주곡을 들으면 물끄러미 산딸의 흰꽃을 바라본다.
"비에 꽃이 떨어지면 어쩌지요?"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열매가 열리기 전까지 꽃잎은 지지 않을 테니 걱정 안 해도 돼"
그제야 아내는 웃는다.
산딸꽃은 흰 저고리를 입고 일나 간 서방님을 기다리는 새색시같이 다소곳하고 정갈하다.
밤에 밝은 달빛이 비치려면 달빛에 은은하게 피어있는 모습은 마음이 저리도록 아름답다.
산딸꽃은 아내를 많이 닮았다.
그래서 아내도 산딸꽃을 좋아하나 보다.
달 밝은 밤에 아내와 차를 나누면서 산딸꽃을 바라보며 멀리서 잔잔하게 들려오는 새소리와 함께 오늘도 추억하나를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