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순의 손편지[277]
인터넷 주문으로 화장품을 샀는데
도착한 물품에 하나가 빠졌습니다
전화로 누락신고를 했습니다
바로 연락을 주겠다고 하더니
2시간이 넘도록 연락이 없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응대하는 태도가 거슬렀습니다
너무나 태연하고 사무적인 말투에
자연 소리가 커졌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별일도 아닌데 흥분부터 하고…
아직 이 정도도 넘지 못했단 말인가
스스로를 자책했습니다
열흘 뒤면 ‘지공 도사’가 되는데,
파르르 끓는 냄비는 여전하고
모난 성격은 변한 게 하나 없네
앞서간 분들의 얘기를 떠올립니다.
잘 늙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말….
누구는 품위 있게 늙어가라 하고
아름답게 늙는 일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더라 하고(앙드레 지드).
나이 들어서는 편안하고 심심하게
살라고 하고(박완서).
누구는 헐겁게 살라 합니다.
‘심심하다’는 말에 눈길이 갑니다
심심하다는 건 간이 없다는 것이고
내 생각과 주장을 빼는 것 아닐까
헐겁게 살라고 함은
품이 넉넉해야 오늘 아침도
들고 날 신선한 바람이 있고
따스한 아침햇살이 있겠구나
그래, ‘지공 도사’가 된다는 것은
모난 마음, 각진 말, 뿔난 생각들
스펀지처럼 모든 이의 생각을
받아들이라는 것이구나.
그래야 도사가 되는 거구나
어떤 경우라도 목청 높이지 말자
주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자
모든 사람을 선의로 대하자
모든 걸 받아들이고 여유를 갖자
즐거워도 괴로워도 웃자 또 웃자
오늘 목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은혜는 참는 것’이라고…
처음에는 선문답처럼 들리다가
참고 나면 축복임을 알게 된다는
그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삶은 끝이 있어도 앎은 끝이 없고
사방 천지에 배움뿐이구나
내 앎이 얼마나 옹색한 것이랴
품위 있게 늙는다는 것이
정말!
말장난이 아니구나….
-소설가/ daumcafe lee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