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나 Nov 17. 2020

커피 소외감

언젠가부터 커피로 인한 소외감이 느껴졌다. 어떤 모임에서든 식사를 마치면 카페 간다. 차를 마시기 위해 가기도 하지만, 사실 수다를 떨 공간이 필요하니까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를 주문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은 으레 커피를 시킨다. 나만 빼고.


고3 때 처음 신경성 위염을 앓았다. 예민한 성격과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했다. 그 후 커피를 마시면 속이 아파서 입맛까지 없어졌다. 자연스레 커피를 피하게 되었고, 녹차나 홍차 등 차 종류를 마셨다. 나이가 들면서 이것마저 카페인 성분 때문인지 속을 불편하게 했고, 수면을 방해했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커피에 대해 관심이 많아 보인다. 수준 있는 바리스타처럼 커피 맛에 대해서 일가견을 갖고 있는 듯하다. 원두 품종에 대해, 로스팅에 대해, 커피의 신맛과 쓴맛 등등에 대해 얘기한다. 그럴 때 난 말없이 전해오는 향긋한 커피 향만 맡고 있다. 나만 문명 세상에서 떨어져 있는 것처럼....


커피는 이제 일상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음료가 되어있다. 오래전에도 친한 후배가 아침에 출근하면 꼭 커피를 마셨다. 그래야 머리가 개운해진다고 했다. 이렇게 커피를 챙겨 마시는 후배를 보면서 ‘이건 중독 증세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담배를 피우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나 커피를 먹어야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는 것이나 비슷해 보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8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이 가장 선호하는 음료는 커피(39.6%)다. 한국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2018년 기준 연간 353잔의 커피를 마신다. 하루에 한 번씩은 커피를 마시는 셈으로 세계 평균 소비량 132잔의 약 2.7배 수준이다.    

연간 마시는 커피 소비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015년 291잔, 2016년 317잔, 2017년 336잔, 2018년 353잔으로 계속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 커피 소비량이 130→131→131→132잔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과 뚜렷하게 비교된다.                                          


출처 : 시사저널


커피를 마셔야 좀 있어 보이고, 세련되게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타벅스가 새롭게 자리를 잡아가던 무렵엔 거기서 커피를 마시는 것을 과소비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했었다, 예전보다 소득 수준이 높아져서 그런 건지, 돈에 대한 가치 기준이 변한 건지, 4000원 전후의 커피 값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커피 소비가 늘어나고, 커피전문점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혹시 지나친 일 중심 사회라서 카페인이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지나친 음주로 이어지는 회식 문화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에서 위안을 얻는 카페 문화가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쌉싸름한 커피가 어떤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위로가 될 것이라 짐작이 된다. 하지만 나에게 커피는 그저 구수하고 향긋한 향을 전해주는, 날 아프게 하는 회피 대상 1호 기호식품일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요술 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