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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나 Nov 20. 2020

웰빙(Well-being) 웰다잉(Well-dying)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Erikson)은 인간의 전 생애를 8가지 발달 단계로 구분했습니다. 8단계는 60세 이상인 사람들이 속하는 노년기인데, 이 구분에 의하면 난 이 8단계에 속합니다. 요즘 60정도면 장년기에 속한다지만, 어쨌든 노년기의 발달과제는 자기 삶에 만족하면서 조용히 삶을 정리하고, 생의 유한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이것이 바로 웰다잉(Well Dying)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웰다잉(Well Dying)보다 웰리이빙(Well-Leaving)이라는 표현이 듣기에 편안합니다. 공허함과 초조함 속에서 죽음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사는 것보다 매 순간 자신에게 최고의 삶을, 최선의 삶을 선사하면서, 잘 떠날 준비를 한다는 의미에서요. 그런데 언제 떠날지 아무도 모르는 인생을 살면서, 미리미리 그 준비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 박우현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 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살아 멀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누구에게나 이 땅에서 주어진 시간 유한한데, 그때그때 잘 살아가는 것이 죽음이라는 목표 지점에 잘 도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웰빙(Well-being)이 곧 웰다잉(Well Dying)이 되는 거네요? 그리고 웰빙(Well-being)이라는 것이 유기농산물을 잘 챙겨 먹고, 다양한 운동과 취미생활을 하는 것만은 아닐 거예요. 여유로운 마음도 함께 있어야죠.


주변을 보면, 돈이 잘 사는 것을, 잘 죽는 것을 꼭 보장하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어느 정도의 재력이 있어야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이제 내게 허락된 작은 것들에서도 감사한 이유를 잘 찾아내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육체에 적응해가면서, 그렇게 살아가며 죽어가고 싶습니다.


건강관리를 잘해 오던, 별명이 ‘태릉인’인 친구가 얼마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놀라고 혼란스러울까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을 최고의 시간으로, 최상의 시간으로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걱정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마음이 약해지지 않기를.... 그래서 좋은 컨디션으로 수술도 잘 받기를.... 함께 모여 즐겁게 수다 떨 날을 기대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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