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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나 Dec 13. 2020

‘무곰’ 아세요?

결혼 후 ‘무곰’이라는 걸 처음 먹어보았다. 못 보던 음식이고, 시어머니의 고향이 평안북도 정주니까 그냥 ‘북한 음식인가 보다’라고 짐작만 하고 있었다. 90세 가까운 시어머니께서는 올해도 무곰을 만드셨다. 몇십 년 무심코 먹다가 이제야 무곰의 레시피를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에서 시어머니 말고, 무곰을 만드는 사람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이건 평안도 향토음식이었다. 겨울을 대비하는 김장이 끝나고, 두 번째로 준비하는 저장음식이다. 찾아보니까 ‘삶은 쇠고기에 간장을 붓고 무시래기와 풋고추를 넣어 조린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이것만 보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만들기가 그리 만만한 음식이 아니다.     

     


평안도 지방은 산세를 반영하듯 풍성하고 대륙적이며 겨울에 먹는 음식이 다른 지방보다 발달되어 있다. 음식 중에는 국수를 가장 즐겨 먹는데, 겨울에는 동치미 국물이나 꿩탕에 만 냉면, 여름에는 어복쟁반이라는 뜨거운 국수를 먹는다. 음식의 간은 슴슴하여 맵고 짜게 먹는 일이 드물며, 양은 푸짐한 편이다.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내포중탕·무곰·어복쟁반·동치미냉면·굴린만두·녹두지짐·노티 등이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음식 [飮食]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의 재료는 무청, 고기, 고추이다. 무시래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말리지 않은 싱싱한 무청을 사용한다. 김장이 끝나고 남아있는 무청에서 여린 속 줄기를 제외한, 겉 부분의 질기고 단단한 줄기를 재료로 쓴다. 우선 무청에서 잎사귀를 제거하고 그 줄기를 썰어서 데친다. 데친 줄기를 씻어서 하루 밤 동안 돌로 눌러 물기를 싹 뺀다.    

 

고기는 소고기를 주로 이용하지만, 옛날 평안도에서는 기름이 적은 돼지 뒷다리살도 이용했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주로 장조림용 소고기를 큼직하게 썰어서 무곰을 만드신다. 준비한 고기를 따로 삶아 두고, 거기서 나온 육수도 함께 사용한다.     


다음은 고추를 준비한다. 붉은 고추도 아니고 일반 풋고추도 아닌, 서리 맞은 푸른 가을 고추를 넣어야 좋다. 살이 두툼한 고추를 넣어야 나중에 씹는 감촉이 좋다.     


이렇게 준비가 끝나면 삶아둔 무청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기름에 볶는다. 그다음 국간장, 진간장과 고기를 삶아냈던 육수를 넣어 조리기 시작한다. 그 옆에서 고추를 따로 간장에 조려 두었다가, 끓고 있는 무청 조림에 넣어 살살 저어가며 섞는다. 거기에 삶은 고기를 넣고, 국물이 없어질 때까지 함께 조리면 된다. 이미 다 준비된 재료를 가지고 조리기만 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옛날 평안도에서는 이렇게 완성된 무곰을 김장 김치처럼 저장해 두었다가 겨우내 먹었다고 한다. 이것을 처음 맛보았을 때, 약간 짜다 느끼면서 별 맛을 모르고 먹었던 것 같다. 남편과 시집 식구들은 다른 어떤 반찬보다 무곰을 좋아다. 이젠 나에게도 밥도둑이 되어 있는 시어머니표 반찬이다. 이 맛을 기억하며 언젠가는 내 손으로 만들고 있겠지.... 무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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