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험담과 암투 >
이듬해 또 맡게 된 1학년 3반 담임은 나에게 친숙한 상황이었다. 모든 상황은 작년 그대로지만 단지 아이들만 바뀔 뿐이었으니. 물론 1학년 담임의 구성 또한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뀌었다. 기존 선생님들은 5년이라는 긴 시간의 만기를 채우고 떠났으니깐. 새롭게 1학년 부장을 하게 된 선생님은 나와 동갑내기였다. 작년에는 서로 다른 부서에 속하다 보니 많은 교류가 없었지만 그래도 간간이 지나다니면서 인사도 하고 동갑이라고 서로 잘 지내보자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본인의 말에 의하면 이전에 작은 분교에서 교무부장까지 하면서 학교 일에는 능하다고 하였다. 그러한 능력을 인정받았는지 1학년 부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같았다. 아마 내가 자신과 동갑이라는 부분에서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여러 상황에 의해 나를 계원으로 품은 듯 보였다. 아무튼 동갑내기 1학년 부장과 나, 그리고 젊은 남자 선생님 한 분이 기획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나름 파이팅을 하자고 학기 시작 전 2월에 인근 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우며 잘 지내보자고 약속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1학년의 생활은 작년과 큰 차이나 변화가 없이 흘러갔다. 우리 반 학생들은 작년과는 다르게 참 착한 아이들이 많았다. 당연히 공부도 곧잘 했지만 무엇보다 인성적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신경 쓰는 아이들이 많아서 학반의 분위기는 참 좋았다. 물론 곳곳에 한두 명씩 톡톡 튀는 학생들이 있기는 하였으나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나는 특목고 2년 차에 학교에 익숙한 교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도 하였고, 아이들과의 교류를 넓히면서 교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였다. 빡빡한 생활의 연속이던 5월 어느 시기쯤에 1학년 부에서는 해외이공계탐방이라는 큰 일을 하나 치르게 되었다. 특목고 사업비 중 일부분을 매년 해외이공계탐방이라는 사업에 쏟아부어 1학년 아이들이 해외로 열흘간 탐방을 떠나는 것이었다. 한동안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사업은 갑작스레 다시 진행되었고, 1, 2학년 총 120여 명이라는 많은 인원수가 단체로 미국으로 탐방을 떠나게 된 것이었다. 이 일의 책임자인 1학년 부장 선생님이 일을 추진하느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생을 많이 하였다. 그렇게 떠난 탐방 기간 내에 처음 가보는 미국을 몸소 느껴보면서 나 스스로도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런 기회가 흔치 않지만 우리 학교 아이들은 좋은 기회를 통해 혜택을 보게 된 것이다. 나는 탐방 기간 내내 많은 예산이 소요된 만큼 학생들이 그만한 값어치의 시야를 가지고 많은 것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5월의 어느 열흘간을 미국탐방으로 보내고 온 나는 한동안 녹초가 되었다. 혹자들은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돈 한 푼 안 쓰고 관광을 잘하고 오니 얼마나 좋아?라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교사들 입장에서는 내 돈을 쓰더라도 자유롭게 여행을 가는 것이 더 낫다고 하는 분들이 더 많다. 왜냐하면 담임교사로 투입되는 여행에서는 늘 학생들 관리에 부단히 신경을 쓰게 된다. 아침에는 한 시간 이상 일찍 일어나 학생들을 준비시키고, 여기저기 탐방을 다니는 동안 이탈자가 발생하지 않는지 늘 숫자를 헤아려야 한다. 지친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학생들의 건강 상태 점검과 민원 해결을 해야 하고, 점호 이후 학생들이 잠잠해지는 한두 시간 뒤에야 겨우 몸을 누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항상 부족한 수면은 이동 중에 겨우 보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관리를 위해 떠나는 담임의 입장이라 결코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일의 연속이라는 것을 이 글을 통해 부디 알아주셨으면 한다. 그러한 고단함의 여파에 한동안 5월의 남은 날들을 힘겹게 보냈던 것으로 기억된다.
6월에 접어드는 시기 언제인가 학교에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참 많이 나왔다. 교사들 사이에도 누군가에 대하여 평가 내리고 서로를 견제한다. 혹은 조금은 좋지 못한 소문도 나돌곤 한다. 아마 그 시기쯤 그런 이야기가 조금 있었던 것 같다. 학교 현장도 나름 도덕성이 필요한 교사들의 집단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집합소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말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소문도 나오고 험담도 나오고.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필수 불가결한 상황일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조차도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누군가의 행동에 대해 때론 평가하고 있으니. 하지만 적어도 그러한 말을 할 때는 조심히, 그리고 혹시나 당사자의 귀에 들어갈 경우 충분히 자신의 입으로 직접적 전달이 가능한지 한 번 더 곱씹어 보고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세 치 혀를 함부로 놀리면서 누군가를 험담하는 사람들에겐 그 가십거리가 당장에 즐거울지 모르겠으나,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당사자에게는 분명 힘든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꼭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우리는 새겨야 할 것이다. 그러한 누군가에 대한 비방의 결말은 분명 허탈감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학교 현장에 대해서 조금 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보겠다. 학교라는 교육기관을 외부에서 볼 때는 도덕성이 높은 교사들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장소라고만 볼 것이다. 하지만 학교도 엄연히 사회의 한 집단이고 교사들에게는 직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 일선 기업에서의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들만큼의 직장 내의 마찰이 크지 않을 것이지만, 학교 그 자체에서 교사들 사이의 갈등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아마 나는 그 마찰의 근원을 욕심이라고 본다. 서로 편한 일을 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되는 갈등, 그리고 가장 보기 싫은 욕심인 권력의 욕심이다. 대다수의 선생님들은 학교의 상황에 따라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파악하고 그 정도의 수고로움을 감수하려 한다. 하지만 간혹 자신의 이기심에 편한 일을 하고자 더 쉬운 업무를 담당하려는 교사들의 욕심이 발동할 경우 수고로움을 감수하려는 교사들은 화가 치밀기 시작하면서 언쟁이 일어나고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 정도는 그럴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나 편하고 싶어 하는 기본 욕구가 있으니 말이다. 비일비재한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나는 충분히 이해하려고 한다. 물론 가끔 화가 날 때도 있긴 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싫어하는 그리고 보기 싫은 욕심은 권력의 욕심이다. 교사는 크게 학교 현장에서 2가지로 분류가 된다. 관리자인 교장과 교감 그리고 교사 이렇게 2단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전문직으로 전직을 하게 되면 장학사, 장학관 등의 직함도 있겠으나 이 또한 관리자로의 승진의 길이라고 보면 된다. 교사 사이에서도 평교사와 부장 교사로 나뉘기는 하지만 엄연히 동등한 교사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평교사 선생님은 부장 교사를 맡은 선생님과 함께 같은 부서에서 지지하고 존중하며 함께 해주려고 노력을 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긴 하다. 부장 교사의 역할은 적절히 부서 계원 선생님과 관리자 사이에서 조율의 역할을 하면서 해당 부서의 업무를 관장해야 하는 책임을 지닌 교사라고 보면 된다. 이런 구조 속에서 바로 그 권력의 욕심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바로 부장 교사를 하려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적정한 나이가 되어 부장의 역할을 떠맡으면서 책임을 다하려는 선생님들도 제법 있다. 아무튼 그러한 첫 번째 이유는 승진을 위한 가산점을 챙기기 위해 부장이라는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부장 교사를 하면서 적절히 관리자와의 관계를 통해 정치적 권력을 얻고, 타인에 비해 돋보이고자 하면서 인정받으려는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인정욕구를 충족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인정받게 되면 근평이라는 점수를 잘 받고 승진에 유리하기 때문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특징은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잇속을 챙기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의 욕심을 가진 선생님들은 어느 학교를 가거나 소수 몇 명은 반드시 있다. 그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승진을 위해 가산점을 채워야 한다는 둥. 그래서 무엇을 해야 된다는 둥. 그런 말들을 너무 쉽게 하고 있다. 또한, 그 속에서 정치적인 활동을 하며 때론 동료가 되었다가 때론 적이 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소위 말하는 권력을 가지고자 하는 암투의 현장인 것이다. 참 우스운 것은 그 의미 없는 권력을 위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합리적이지 않은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는 것이다. 승진에 별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고, 그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사람들 나름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그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남을 밟고 올라가려 하지 말고 동료로서 건강한 경쟁을 하면서 서로 위하는 사이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교사로서의 본분을 잘 지켜주기를 당부드린다. 아무튼 학교라는 교육기관에서 나는 이렇게 권력의 욕심을 가진 사람들의 정치적인 행위들을 관망하며 한숨만 쉬고 있다. 이러한 학교 현장의 불편한 상황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힘들지만 그럴 때마다 내 곁에 있는 우리 반 아이들과의 교류에서 힘을 다시 얻곤 했다. 그래도 사회에 때 묻지 않은 이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살펴보면서 나름 정신적 정화를 하곤 하였다.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는 한 해를 보내면서 무사히 학년을 마무리하였다. 하지만 그 해에 또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우리 반은 아니었으나 1학년 중 한 학생이 적응하려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2학기로 접어드는 어느 시기에 학교를 관두게 된 것이다. 그 학생을 바라보며 무언가 많은 안타까움이 나를 사로잡았다. 물론 학교 밖 생활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친구 및 선생님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탈시키고 새로운 길을 걸어갈 그 학생이 잘 해낼 수 있을지 염려가 되었던 듯하다. 아무튼 그렇게 한 학생을 아쉬운 마음으로 보내게 되었다. 아마 이 시기쯤 특목고 2년 차의 교사로서 심리적인 고충이 너무 커서 진지하게 초빙 해제를 통해 타학교로의 전근을 심각하게 고민하였던 적이 있었다. 이러한 나의 고민을 E 선생님께 토로하였을 때, E 선생님이 함께 잘 버텨보자며 만류하였기에 지금까지의 시간을 보내온 것 같다. 그 해에도 우리 반과 다른 반의 다양한 재미있는 학생들로 인한 에피소드도 있었으나 너무 소소하여 생략하겠다. 그렇게 시야가 넓어져 가는 그 시기에 E 선생님의 격려와 함께 힘든 시간을 잘 버티면서 한 해를 잘 보냈다. 다음 해에는 조금 더 즐거운 생활들로 이 학교에서 3번째 해를 맞이하길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