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다. 새해가 시작되었다고 설레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설날이 되고 보니 이젠 빼도 박도 못하고 60살 이순의 나이가 되었다.
이순은 사람의 나이 예순 즉 60을 이르는 말이다. 이순이라는 말은 공자(孔子)의 말을 기록한 《논어》의 <위정 편(爲政篇)>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는 60세가 되면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고, 듣는 데로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나는 어떤가? 심란하다. 그동안 어른이었다고는 하나 어른답지 못한 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나에게도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던가.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되었다는 나이가 되고도 별 대책 없이 살아왔다.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했다는 이순의 나이 60이 되고도 나를 모르겠다. 애써 옛날과 지금은 시대가 분명 다르고 백세시대니까 괜찮다고 위로해보아도 모르겠다.
어느 날은 이만하면 됐다 싶다가도, 또 어느 날은 초조해지고 불안해진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성공을 이루었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60대를 보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한심하게 까지 느껴진다.
내 삶 속에 내가 없는 날도 있다. 그럼 나는 누구인가, 이제 와서 묻는다.
60이 되는 새해 첫날(나는 음력을 쓴다) 다짐을 한다. 인생 100세 시대다. 지금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누군가는 이제 시작해서 무얼 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가 너무 많았다. 그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경험해 보면서 그럴싸한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졌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라고 해서 거창 할 것은 없다. 젊은 날처럼 밥벌이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저 나를 위한 시간만으로 채우면 좋을 것이다.
겨우겨우 살아냈던 청춘, 이리저리 흔들리며 고뇌의 시간을 마주했던 마흔, 삶은 지금부터가 진짜라며 자만했던 50대, 불안하고 미혹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게을러진 몸을 바로 세우고, 책을 통해 배우고 실천하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좀 더 그럴싸한 삶을 살아야겠다.
그럴싸한 삶을 살기 위해 어떤 경험을 해야 하고, 어떻게 방향을 설정할지 아직 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 독서를 하고, 가족을 위해 아침밥을 짓고, 지루 해신 시간에는 음악을 듣고, 친구와 이웃을 만나러 나갈 것이다.
독서와 이웃들의 만남을 통해 내공을 쌓으며, 내 주변에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성공을 이루는 소 확성(소소하지만 확실한 성공)을 실천해 나가야겠다.
그러기 위해 작은 실천 하나를 정했다. 소소한 일상을 기록해 나가기로. 소소한 일상이 쌓이다 보면 그럴싸한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