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추리소설을 읽었다. 어릴 적에 사촌 형이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아가사 크리스티나 코넌 도일의 책들을 읽은 적이 있다.
건물 천장에 고정된 한 구의 시신. 그러나 그 시신은 어느 한 사람만의 몸이 아니라 여섯 구의 시체 사지를 잘라 고정한 것이었다. 누가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그리고 그 시체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은 베테랑 형사 울프가 살고 있는 아파트였다.
과거에 소설로 읽는 것과 소설을 영상화한 것을 보는 것의 차이를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봤다. 소설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든 것을 보는 동안은 뇌의 활성화가 미미했는데,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뇌의 활성화가 활발해진 것을 뇌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글로 묘사된 장면을 읽는 동안 인간의 뇌가 상상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이 소설을 읽는 동안도 그랬다. 작가가 작품에서 묘사한 인물과 배경, 사건, 사고를 읽으면서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상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읽어가는 동안 범인이 누구일지,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지를 추측해 본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은 이런 묘미가 있어 재미있나 보다.
범인은 이미 죽인 여섯 구의 피해자 외에도 다른 살인 대상자를 지목한다. 범인의 대담한 행보에 형사들은 살인 대상자를 보호하려고 하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범인은 기발한 방법으로 한 사람씩 제거해 나간다. 그리고 그 제거 대상에는 베테랑 형사 울프도 포함되어 있다.
울프 형사는 방화 살인범을 붙잡았으나 법정 체계의 모순으로 형사 재판에서 패하는 바람에 범인을 방면하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그 울분에 법정 난투극까지 벌이고, 그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해야 했다. 복직 후 새로 맡은 이 사건을 놓고 범인과 주인공과의 쫓고 쫓기는 순간의 연속이지만, 번번이 눈 앞에서 범인을 놓치고 만다.
그 끈질긴 악연의 시작이 법정에서 시작한 만큼, 그 결말도 법정에서 결판이 나는데, 이 이상의 묘사는 스포를 누설하는 불경이 되어서 여기서 줄이기로 한다.
다만, 빠른 전개와 매력 있는 인물들의 설정, 기괴한 사건을 쫓는 이야기의 전개가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