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서치의 전기수 이야기-2-
무엇보다 경제 이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이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증명된 바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 기존의 연구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에 미치는 효광와 다른 요인들이 일자리에 미치는 효과를 분리하는 데 실패했다. 32
따라서 지금의 고용 상황이 문재인 정부 들어 급작스럽게 나빠졌다고 단정하기에는 곤란하다. 특히 2018년 한국 GM 군산공장 철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일자리 감소의 주된 원인은 산업 구조조정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제조입의 일자리 감소가 도소매, 음식, 숙박으로 대표되는 영세 자영업, 사업시설관리, 및 임대서비스 사업의 일자리 감소로 확산되었듯이 고용 문제는 본질적으로 '제조업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제조업의 위기는 뒤에서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된 것이다. 진보 정부는 물론 과거 어떤 보수 정부도 제조업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35
이처럼 최지임금의 경우 최소한 자영업의 폐업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변수가 아님을 알 수가 있다. 최근 자영업의 어려움은 취약해진 가계소비 지출이나 제조업의 위기 등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사만 잘되며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자영업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2018년 최저임금을 동결했다고 해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또한 카드 수수료 인하, 임대료 인상 제한, 프랜차이즈 가맹료 개선 등 주요 정책 지원으로 자영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일시적으로 반짝 효과가 있을 뿐이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자영업의 근본 문제는 매출 정체 혹은 감소 문제이고, 이는 가계소비 지출의 둔화 측면과 자영업자의 과잉 측면에서 비롯하고 있기 때문이다. . 39-40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래 2017년 성장률이 3.1%였고, 2018년 들어 상반기 성장률이 2.8%로 하락했다고 해서 갑작스레 경제가 '폭망'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행태다. 특히 보수언론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할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이중 잣대를 적용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보수언론은 연평균 7% 성장률을 공약했던 이명박 정부에서 연평균 성장률이 3.2%로 하락하고, 4%대 잠재 성장률을 공약했던 박근혜 정부에서 연평균 성장률이 3%도 안 나오자 정부 정책의 문제라기보다 자본 수익성 하락, 인구 구조 변화 등에 따라 잠재 성장률이 하락한 결과라며 방어해주기도 했다. 43
물론 2018년의 경제성장률에 성장 정책의 긍정적 측면이 보인다고 경제 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7년과 2018년의 최지임금 인상 속도를 지속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나 고용 위기의 지속 등으로 민간소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중산층 및 저소득층의 고용 안정과 일자리 개선 등 근원적인 개선이 뒷받침되어야만 가계소비가 늘어날 것이다. 즉 산업 구조조정이나 산업 생태계의 재구성이 함께 진행되어야만 성장 정책들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54
촛불의 위력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 호는 패기 있게 순항을 시작했다. 그러나 중반에 이르르면서 배는 출렁이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주변 정세가 좋지 못하다. 미국은 더이상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저들의 패권은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져 있다. 중국을 쉽게 내리 누르지 못하는 이유도 그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사정도 녹록치 못하다. 과거 금융 위기를 달러 살포로 간신히 벗어나면서 겪은 충격파가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많은 전문가들이 제 2의 금융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하는 판에, 이게 현실로 다가오면 더이상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미국의 패권을 노리는 중국이지만, 그들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너무 일찍 자신들의 힘을 과시했다. 미국의 힘이 많이 약해져 있다지만, 그래도 미국은 미국이다. 도광양회의 타이밍을 너무 일찍 잡은 탓에 미국의 타깃이 되어 고전하고 있다. 게다가 안으로는 통계에 잡히지도 않은 부채가 산더미다. 그런데도 오늘자 매일 경제 신문을 보니, 중국이 달러화 채권을 발행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빚으로 무너져 가는 기업과 지방 경제를 살리려는 용을 쓰고 있는 셈이다. 과연 중국은 이 위기를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일본은 또 어떤가. 아베노믹스라는 양적팽창 경제 운용으로 나아지는 듯 싶더니, 경제 성장률이나 임금 상승률 같은 실생활에 밀접한 경제 수치는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엔화의 강세까지 겹치면, 수출로 경제를 회복하려는 아베의 계산도 막히고 만다. 한국을 길들이기 위해 취한 금수 조치에 도리어 일본의 소재 산업과 관광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유럽은 졸속 결합체다. 유럽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공동의 철학과 세계관이 부재한 상태에서 오직 전쟁 없는 평화만을 위해 체급이 다른 선수들을 링 위에 모아 놓고 똑같은 메달과 유니폼을 입혀 버렸다. 코흘리개 아이가 자기 주머니는 생각 않고 마구 흥청망청 사들이다가 주머니까 찢어졌다. 부끄러움을 무릎 쓰고 큰 엄마인 독일에게 터진 주머니를 내밀어 보지만, 호락한 친척이 아니다. 그래도 유로화의 안정과 유럽연합의 지속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한 배를 탄 동지로써 서로를 보듬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최배근 교수가 말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이자 기회는 이런 세계 변화에 어떻게 편승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탈공업화에서 벗어나 4차 시대에 맞는 플랫폼 중심의 경제 체제로의 전환, 그리고 부동산 중심에서 벗어나 토지 공개념과 현실적인 공시지가, 공적 투자로 인한 사적 이익의 환수 등으로 기형적인 계층 불균형과 침체된 경제 활력을 되살릴 묘수가 될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경제는 경제 철학이 없는 상태에서 과거 보수 정부에서 고리적 정책을 만지작 거리던 공무원들을 고스란히 분칠만 해서 높은 자리에 앉혀 놓은데 있다. 일단 어떻게든 실적이라도 내겠다는 심산인데, [수축사회]라는 책에서 저자가 말했듯이, 패러다임이 바뀐 요즘, 그건 오직 각주구검일뿐이다.
문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경제 해법을 찾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도를 지켜 나가는 것. 그것이 현 정부가 명심해야 할 경제 철학이라는 것이 이 책이 말해 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