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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Aug 27. 2021

쉬는 날 보내온 직장 형님의 카톡

심리계좌

쉬는 날 같이 일하는 형님에게서 카톡 문자가 날아왔다.

두 가지 소식을 전했다.

하나는 내가 사는 동두천이 조정지역에 들어갔다는 것.


10년 넘게 살면서 동두천이 조정지역이 들어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기억하는 동두천은 몇 년 전까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집값이 하락하는 지역이었다. 게다가 동두천시의 인구는 감소 추세다. 인구가 인근 양주시나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랬던 동두천이 조정지역이 됐다. 그야말로 뽕나무 밭이 바다가 된 셈이다. 


다른 하나는 형님이 어제 들른 공인중개사 사장이 자신을 보고 20억 부동산 알부자라고 치켜세웠다는 것이었다. 안물안궁한 소식을 쉬는 날 그것도 카톡으로 보내왔다. 


예전의 나였으면, 무척 배 아프고 부러워했겠지만 다행히 나는 그런 과정을 지나왔다. 그러려니 했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아직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해 영끌로 내집을 마련한 친구를 부러워하는 청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번에 그럴 필요가 없는 이유를 말했었다. 그리고 형님 문자에 자극을 받은 지금 다시 한 번 부연 설명을 하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산은 통장 잔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당신이 살고 있는 집과 소유하고 있는 땅, 주식 계좌도 잔고에 속한다. 예를 들어 그 형님의 경우 주식을 제외하고 고양시에 아파트가 두 채(한 채는 갭 투자), 재개발 중인 빌라,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농지를 갖고 있다. 공인중개사 사장의 말대로 20억(?)은 상당한 금액이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 금액은 당장 쓸 수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 어디까지나 형님 마음속의 심리계좌일 뿐인 것이다. 그 금액이 단지 마음속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 돈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스스로 수익을 발생시켜야 한다. 

집이나 땅의 호가만 오른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통장에 실제로 찍히는 수익이어야 의미가 있다.
-본문 중에서-

둘째, 돈이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는지 여부다.

당장 500만 원이 필요한데 꺼내쓸 수 없다면 이것은 내 돈으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물론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이건 공짜가 아니라 이자를 내야 한다. 부동산은 보유하고 있는 동안 필요할 때 현금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내 돈으로 보기 어렵다. -본문 중에서-

셋째, 소유하고 있을 때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수익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지출을 일으키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자산의 경우 보유하는 동안 각종 세금으로 지출이 발생한다. 돈을 보태줘도 시원찮은 판에 돈을 빼앗기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부동산이 많으면 심리계좌에서 벗어나기 더욱 힘들다.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생각에 섣불리 집을 팔아 현금화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산은 계속 오른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했다. 계속 늘어나는 가계대출 때문이다. 왜 대출이 늘어나는 것일까. 집이 있으면 부자라 할 만한데 왜 대출이 늘어날까. 집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 그렇게 마련한 집에 돈이 들어가다보니 정작 생활비가 부족해 대출을 받는다. 그게 바로 하우스푸어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827/108783219/1

과거 어느 신문사의 조사에서 자가 주택 소유자의 절반 가까이가 "나는 하우스 푸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 경우 어제 같이 기준 금리가 오르면 하우스 푸어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진다. 게다가 대출 이자만 오른 게 아니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리기 전에 이미 시중은행은 대출을 줄이고 있었다. 


저자는 여러 하우스 푸어와 상담 경험을 통해 두 가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1. 집은 그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팔기 어렵다.

2. 주거비와 생활비의 구조조정 없이 하우스 푸어 탈출은 불가능하다.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집값 폭등을 부러워했고, 언론과 재테크 책은 이를 부추겼으며, 그래서 빚을 지더라도 집을 샀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욕망, 부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나쁜 것은 아니다. 누구도 그 욕망과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집값 상승=자산 증식'이 착각이라는 것,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심리 계좌에 들어 있는 자산일 뿐 내 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집값이 오른다 한들 내 마음속 심리계좌만 불렸을 뿐 정작 나에게는 '하우스 푸어'라는 달갑지 않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 이론을 제시했다. 영어로 말하면 "시뮬레이션"을 말한다. 그의 이론을 빌어 설명하면, 부동산도 시뮬라시옹을 통해 만들어진 시뮬라르크 중 하나이다. 

당신이 심리계좌와 시뮬라시옹의 개념을 이해한다면, 근거 없이 영끌을 부러워하는 열등감과 좌절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마치 [매트릭스]에 나오는 네오처럼 말이다. 당신이 심리계좌와 가상실재에서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실제로 힘써야 대상이 무엇인지 확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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