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YOU HANDLE TOUR DEBT?

관을 짜라-7-

by 간서치 N 전기수

"……지난 18개월 동안 고질적인 기능마비를 앓으며 씀씀이 헤픈 그리스가 대규모의 적선을 받아서라도 경제개혁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환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 탓에 유럽의 납세자들이 수십억 달러를 날렸다. 그 돈을 거의 비중 없는 그리스의 상환불능 채권을 단계적으로 평가손 처리하는 비용으로 일찍이 돌렸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리스를 둘러싼 정치적인 눈치싸움으로 각국 정부의 생사를 좌우하는 신뢰가 나라 안팎으로 크게 실추되고 그들이 피하려 애썼던 유로화 리스크의 확대가 현실화됐다.……정치인들에게 그리스의 현실을 직시하려는 용기가 없다면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엉망인 재정을 정비하리라는 믿음이 생길 리 없다고 금융시장은 추론했다. 재정을 바로잡으려면 우선 공공자금으로 생색을 내며 흥청망청하는 정치적인 네트워크를 때려 부숴야 한다. 그리스의 미래는 유로존에 있다고 메르켈과 사르코지가 주장하면 할수록 유로화는 더 큰 위험에 내몰리게 된다."


사업가들이 사는 마을에 회사원들이 함께 살게 되었다. 그들은 가까워졌고 함께 어울려 친하게 지냈다. 마음씨 좋은 성공한 사업가들은 회사원들도 자기들 모임에 넣어 주었다. 회사원 그들과 어울리다보니 자신도 성공한 사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삶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의식주, 여가 생활, 모든 것을 모방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가계가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매월 빠듯한 월급으로 부자들을 따라한 게 패착이었다. 족함을 알고 그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결국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부자들도 점차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이해하기 쉽게 유럽의 PIIGS 사태를 그림 언어로 표현해 본 것이다. 여기서 성공한 사업가들이 독일과 프랑스 같은 유럽 선진국이라면, 평범한 월급쟁이는 PIIGS라 불리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이다. 그들 국가들의 경제력은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의 경제 강국에 미치지 못했다.


유럽 선진국에 편승해 방만한 국가 경영을 하던 국가들은 막대한 채무국(overindebted countries)이 되었다. 일은 적게 하면서도 빚으로 복지만 누리다 국가 부채가 늘어나 모라토리엄의 상태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진 격이었다. 그 시기 그리스는 세계로부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었다. 이를 수용할 수 없는 국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2012년 스페인의 공공부채는 7,300 유로에 달했다. 스페인이 발행한 국채의 대부분을 독일, 프랑스 은행들이 매입했다. 자칫 빚을 떠안은 다른 국가들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스페인은 1999년 유로존 가입으로 이자율이 싼 외국 자본의 맛을 봤다. 저리 대출로 부동산 붐이 일었고,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택 가격이 25퍼센트 하락하자 신규 주택 소유자는 빚의 노예가 되었다. 국책은행도 감당하지 못하자 유럽연합에 손을 내민 것이었다.


그리스 경제는 유로화의 힘을 빌려 분에 넘치는 생활을 하였었다. 자국의 재정 능력과 경제 능력을 뛰어 넘는 복지 수준을 누렸다. 반면에 자신들의 권리는 등한시 했다.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지하 경제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풀장이 딸린 집에 살면서도 세금은 내려 하지 않았다. 때문에 재정 적자는 늘어갔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알면서도 직면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2009년 10월 선거로 들어선 판핀드레우 정권은 그리스가 막대한 채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막대한 채무는 EU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2010년 봄, 그리스로 돌아오는 만기 채무는 170억 유로(한화 약 23조원)였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EU는 잇달아 그리스 지원을 결정하였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는 유럽발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그리스 사태와 관련해 “부도를 내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한국도 1997년도 IMF를 겪었다. 외환 보유고 부족으로 세계은행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고, 그들이 제시하는 고강도의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고 이자율이 치솟았다. 은행에서 대출 받은 서민이나 기업가는 높은 이자율을 물어야 했다. 때문에 기업들은 연일 파산했고, 거리로 나앉은 노숙자들이 늘어났다. 지금도 방송에서 어린 시절을 회고하면서 그 시절 경제적으로 힘들었다고 고백하는 연예인들을 보곤 한다. 필자도 그 시절 어려움을 겪었었다.


개인도 세상과 연동되어 있다 보니, 개인의 잘못도 아닌데 기업이나 국가의 잘못으로 피해를 볼 때가 있다. 물론 엄밀히 따져보면, 개인의 책임도 전혀 없지는 않다. 필자도 이만큼 살다보니 보험 사고처럼 관계에서 어느 한 쪽만의 일방적인 잘못은 없다는 걸 깨닫는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가의 잘못 말고도 개인과 기업의 잘못도 있다. 거기에는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넓히거나 무리하게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빚 정리의 기술』에서 손봉석 회계사는 가계나 기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마다 빚 같은 불확실성을 제거하라고 권한다. 가계와 기업 스스로가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투자를 적게 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보다 너무 무리하게 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참고도서


『서울대 송호근 교수의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 다산북스, 2012,

신 줌페이, 이인숙 역, 『일등 국가의 조건』, 열대림,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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