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을 짜라-6-
기디언 래치먼의 책 『불안의 시대』는 근현대를 크게 세 시기로 분류하였다. 첫 번째 시기는 전환의 시대(1978~1991)다. 중국의 개방정책과 소련의 해체가 있었다. 두 번째는 낙관의 시대(1991~2008)다. 정보기술의 혁명과 세계화로 풍요로운 시기였다. 마지막 세 번째 시기는 불안의 시대(2008~현재)다. 그 시기에는 2008년 미국과 2010년 유럽의 경제위기가 있었고 온실 효과로 인한 기후변화가 있다. 9/11 테러로 빚어진 중동과 미국의 전쟁이 있었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있었다. 독일의 사회학자 율리히 벡이 말한 위험사회를 몸소 체험한 시기였다.
이제 풍요의 시대는 끝이 나고 수축의 시대, 불안의 시대가 왔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심리 속에 불안이 싹 트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신경증과 우울증 같은 신경질환도 증가하고 있다. 과연 이런 험난한 시기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험악한 시기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과연 그 길은 있는가. 의문점도 든다. 세상과 내가 절연되었으면 좋겠지만 이제는 그게 힘든 시대다. 개인과 국가가 세계와 동기화(커플링)되어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이상 그와 같은 바람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럼 무엇을 시작해야 하나.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나. 막연하기만 하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연약하다. 불안하다. 서점에 가면 유독 눈에 많이 띠는 책이 심리학 서적이다. 그래도 다른 길이 없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들이 느끼든지 느끼지 않든지 간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이제 저마다 자신의 노선을 정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익명의 작가 세일러는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 독해』라는 책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전 세계 경제위기의 특징 중 하나는, 우리 스스로 판단을 내리기를 요구한다는 점입니다.……평상시라면 전문가나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지해서 판단해도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아닙니다. 지금 세계경제가 처한 상황,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 여러분이 처한 상황은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이번 세계 경제 위기는 전문가의 밑천을 다 드러내 보였다. 저명한 경제학자 누구도 사이렌을 울리지 못했다. 아무 생각 없이 시류에 편승한 개인과 기업은 빚과 파산이라는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다. 거기에는 케인즈도 하이에크도 손을 쓸 수 없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누구를 신뢰할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제는 우리 각자가 천연히 자기 주도 판단을 내려야 한다.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성숙하다는 증거다. 미성년자에게 판단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성숙한 성인에게 판단을 맡긴다. 그렇다면 무엇에 의지하여 판단을 내려야 하나. 우리는 전문가도 아닌데, 그런 우려 섞인 탄식을 하고 있을 당신에게 세일러는 “근본원리를 이해하고 경제지표 몇 가지만 익히면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고 말한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공부를 통해 판단의 근본원리를 배우면 이 또한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관을 짜라”고 말하는 것이다. 세계관이 바로 판단의 근본원리이기 때문이다.
참고도서
세일러,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 독해』, 위즈덤 하우스,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