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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19. 2024

#13 청이네 떡집 오픈

[소설] 원곡동 쌩닭집-13화-템플스테이 ②청이네 떡집

[1 교도소] 사무장은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형님, 접니다. 이야기 들으셨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나저나 여기 [1 교도소]에 있던 우리 애들 두 명 도망 안 가고 있었는데, 우리 교도소 정상화하는 1주일 정도 거기 보내도 괜찮을까요? 네? 맨입으로 되냐고요? 아이.. 아니죠. 제가 누굽니까. 우리 형님 뭐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네네. 지금 출발합니다. 네네, 여기 일 정리되면 템플스테이로 한번 놀러 갈게요, 끊습니다.”      


전화를 끊은 사무장은 이준을 향해 손짓했다. 이준의 귀에 입을 대더니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원곡사 가는 길에 원곡쌩닭집에서 닭이랑 돼지, 소고기를 넉넉하게 가져가.”

“닭이랑 돼지, 소고기를요? 절에요?”

“거기 주지스님이 고기를 정말 좋아하거든. 그리고 가는 길에 목욕도 좀 하고 가. 얘네들 지금 냄새 장난 아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희는 출발하겠습니다.”     


인사를 한 후, 원곡사로 향했다. 할아버지와 길동이 차 뒤에 앉았고 운전석에 앉은 이준은 할아버지를 보면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제 이름은 이준이라고 합니다. 혹시 닭볶음탕 좋아하시죠?”

“내가 지금 뭐를 마다하겠나? 나는 심 씨일세.”     

“저도 닭볶음탕 좋아해요.”     


길동이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럼요, 우리 다들 같이 밥부터 먹어요. 그리고 목욕탕 가서 목욕도 하고 바나나맛 우유도 먹어야죠.”


우리가 탄 차는 원곡동으로 향했다. 하늘은 높고 날씨는 맑았다.      


***     


[그 시각 원곡쌩닭집]     


띠링    


이준이 원곡동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 원곡 쌩닭집에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방문하셨다. 약간 살집이 있으시고 160cm 정도의 키에 인심 후하게 생기신 아주머니는, 하늘색 땡땡이가 박혀있는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소싯적에 엄청 미인이셨을 것 같은 동그란 얼굴이었다.     

 

항공사의 스튜어디스처럼 단장하게 다듬은 머리 가운데는 커다란 은빛 비녀를 꽂고 있었다. 옷차림하고는 어울리지 않게 예전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모내기를 하는 곳에 새참을 가져가는 것처럼, 아주머니는 커다란 은빛 쟁반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쟁반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몰라도, 얇은 하얀색의 커다란 보자기로 덮어 놓은 상태였다.     


“어? 언니, 이곳에 어쩐 일이세요?”

“작은형수님?”     


카운터에 앉아 수다를 떨던 달이와 아저씨는 아주머니를 보자마자 놀라 일어섰다. 달이 누나는 후다닥 달려가서 머리에 있는 쟁반을 같이 들어 바닥으로 내려드렸다. 커다란 은빛 쟁반의 보자기를 벗겨내자 다양한 종류의 떡이 가득 담겨 있었다.      


“모두 그동안 잘 지냈죠?”     


아주머니는 달이와 아저씨를 보고 환하게 웃으셨다. 아저씨는 아줌마의 뒤를 살펴봤다. 아무도 없이 아줌마 혼자인 것을 확인한 후 물었다.     


“형수님, 이 먼 곳까지 갑자기 어쩐 일이세요? 설마 혼자 오신 거예요? 수행원들은 다 어디 가구요?”     

“저기.. 이번에 나 원곡시장에 떡집 하나 차렸어.”

“네에?”     


아주머니는 수줍게 전단지 하나를 달이와 아저씨에게 들이미셨다. 전단지에 있는 떡집의 이름은 [청이네 떡 시루향] 이었다.      


“떡집이요? 형수님이요? 여기 원곡시장에요? 어...... 형.. 님은요?”

“으응, 우리 이제 같이 안 살아. 이혼했어. 아니, 곧 이혼할 거야.”      

“네에?”     

“나중에 차차 알려줄게. 일단 이 떡 좀 먹어봐.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떡 하나는 맛있게 만들거든. 그래서 이번에 저기 원곡시장 끝 상가에 떡집 차렸어. 이제 나도 독립해서 혼자 잘 살아봐야지.”     


달이와 아저씨는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아주머니는 활짝 웃으시면서 작은 종이쟁반에 다양한 종류의 떡을 담으시더니 들이밀었다.    

  


“먹어보고 맛있으면 자주 사 먹으러 와. 더 줄까?”

“아.. 아닙니다. 이거면 충분합니다.”

“그래요, 그럼, 나 이만 가볼게.”     


아주머니는 큰 쟁반을 다시 들어서 머리 위에 올리려 하였다. 아저씨가 쟁반을 머리 위에 올리는 것을 도와드렸다.      


“형수님, 이거 너무 무거운데요? 혼자 이거 들고 다니시기 무리예요.”

“괜찮아.”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요. 너무 무거워서 형수님 혼자 이거 들고 돌아다니시기에는 무리예요.”     

“안 도와줘도 되는데.”     


잠시 후 아저씨는 아주머니의 떡이 담긴 커다란 은빛 쟁반을 머리에 이고 쌩닭집을 나왔다. 아주머니는 미안해하시는 표정으로 아저씨를 바라봤다.     

 

“이거 너무 미안해서 어쩌지? 떡 무겁지?”

”괜찮아요. 형수님, 하나도 안 무겁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고마워요. 일단 이 골목에서 사람이 가장 많은 곳으로 가볼까요?”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원곡시장의 모든 가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떡을 나눠주고 전단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아주머니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아주머니가 나눠주는 떡을 맛있게 드셨다.


어느덧, 쟁반 위의 떡을 모두 다 돌리고 아주머니는 빈 쟁반을 받으면서 말했다.      


“오늘 고마웠어요. 다음에 또 봐요,”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시면 전화 주세요. 형수님,”

“그래요, 고마워요. 나 먼저 갈게요.”     


아주머니는 빈 쟁반을 가지고 원곡 쌩닭집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셨다. 아저씨가 가게로 돌아오니 달이가 반갑게 맞아줬다      


“벌써 떡 다 돌리고 오셨네요?”     

 

아저씨는 달이를 보고 물었다.    

  

“용왕님 사모님이 여기에 갑자기 웬일이래? 아까 눈치 보여서 물어보지도 못했네.”

“시장 상인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얼마 전 황혼 이혼하셨대요. 용궁생활 접고 이곳 원곡동에 떡집을 차리셨대요.”

“뭐? 황혼이혼? 용왕님이?”     


아저씨는 아주머니가 나눠준 전단지를 다시 집어서 자세히 살펴봤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뛰어드는 그림이 눈에 보였고, 맨 위의 ‘심봉사가 눈뜨기를 인당수에 비는 마음으로 정성껏 빚었습니다.’라고 쓰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럼 저기 시장 끝에 오픈한 청이네 떡집 주인이 우리 심청 형수님이신 거야?”     


달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아저씨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셨다. 그리고는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 어, 우리 용궁 수석 보좌관 별주부님? 지금 잠시 통화 가능해?

- 네, 형님, 안 그래도 제가 막 전화 드리려 했습니다, 우리 사모님께서 지금 원곡동에 계신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맞나요?

- 아니, 별주부가 그걸 모르면 어떻게 해?

- 안 그래도 저 대박 깨졌습니다. 근데 오늘 새벽에 용궁에서 나가셨다니까요. 제가 어떻게 일일이 다 알아요. 저도 죽겠어요.

- 오늘 아침에?

- 네, 어제 나가셨으면 애들 동원해서 미리 알았죠. 오늘 아침식사 하시고 잠깐 바람 쐬러 가신다 해놓고 이혼서류 한 장 남기고 그렇게 가버리신 거예요.

- 진짜 이혼하신다는 거야? 아니,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대체 이유가 뭐야?

- 아이 참.. 비밀인데.. 형님에게만 말씀드립니다.

- 말해봐 뭔데?

- 곧 사모님 아버님께서 [원곡 요괴 교도소]에서 출소하시잖아요.

- 세월이 그렇게 되었나? 심봉사가 600년 만기 마치고 곧 출소하는구나. 그런데?

- 심봉사 모시고 사는 문제 때문에 용왕님이랑 대판 싸우셨어요.

- 그래? 작은 형님은 용궁 그 넓은데 심봉사에게 방 하나 주는 게 무슨 문제라고...

-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요.

- 그럼?

- 그 반대입니다.

- 반대라고?

- 네, 용왕님이 심봉사 모시고 살자고 하는데, 사모님께서 싫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 문제 때문에 두 분이 대판 싸우시고, 사모님이 용왕님에게 심봉사 모시고 살겠다면 자기가 용궁을 나가겠다고 오늘 아침에 이혼서류 도장 찍고 나가셨다니까요.

- 뭐라고? 그리고 용궁에서 나오신 지 하루도 안돼서 어떻게 떡집을 차리신 거지?

- 아마 토선생이 도와준 거 같습니다.

- 토선생이? 토선생이 우리 작은 형수님하고 친한 건 몰랐군.

- 암튼 제가 수일 내로 사모님 설득하러 원곡동 가야 할 거 같으니, 곧 봬요.

- 그래, 알았어. 곧 보자고,     


아저씨는 전화를 끊으셨다. 같이 통화를 들은 달이는 황당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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