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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19. 2024

#17 부처님의 사랑

[소설] 원곡동 쌩닭집-17화-템플스테이 ⑥부처님의 사랑

순희 씨는 남자의 귀에 입을 대고 크게 말했다.      


“나 순희야. 설마 기억 안나는 거는 아니지?”

“순희? 너… 너는… 그때… 행..행방불명되었는데?“

“그래, 네가 매일 예뻐했던 순희야. 우리 평생 안 볼 줄 알았던 거야? 요괴 주제에 사람으로 변해서 온갖 죄를 저지르다가 너 요괴 차사에게 잡힌 거야. 너 잡혔다고 그래서 내가 이곳 원곡동의 요괴 복수학교로 온 거야.”    

순희 씨는 남자의 귀에 입을 가져가더니 속삭였다.     

 

“이곳에서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워.”     

타앙!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낸 순희 씨는 주저하지 않고 남자의 머리를 향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남자의 머리에서는 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남자는 손으로 피를 막으면서 말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와. 이놈 봐라. 부처님이 너 같은 나쁜 요괴 새끼를 극락으로 데려가겠니?”    

 

***


잠시 후,     


[1 교도소] 구석의 한 작은 방으로 순희 씨가 남자를 질질 끌면서 들어왔다. 남자의 머리에 있는 구멍으로 시뻘건 피들이 쏟아져 나와서 바닥에 흩뿌려지고 있었다.  순희씨는 구멍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휘저으면서 말했다. 남자는 고통으로 신음했다.


“요괴라 그런가, 머리에 총구멍이 나도 죽지도 않네?”     


방으로 들어간 순희 씨는 흥겨운 노래를 부르면서 문을 닫았다. 차가운 교도소 바닥에 누워있는 승려복을 입은 남자의 머리에 있는 총알구멍 사이로 거무죽죽한 피들이 교도소 바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 이봐. 순희야. 진정해. 진정하라고.”     


남자는 다급하게 두 손으로 머리의 구멍을 막으면서 순희 씨를 향해 소리쳤다.   

   

“순희야 내가 부처님이야. 다시 생각해 봐. 이건 꿈이야 꿈, 부처님이 지금 우리를 시험하는 거라니까. 마구리의 유혹에 넘어가면 안 돼. 우리 같이 찬불가를 부르자.”     


슬픔과 고통은 사랑으로 하나 되어

진흙 속 연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리

어둠 속에 반짝이는 나빛한 청년불자

부처님의 가르침 새록새록 담아서

청년불자 꿈을 펼쳐 새뜻이 정진하리     


남자는 찬불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순희야, 부처님은 평화를 사랑하셔. 이러면 안 돼 순희야.”   

  

부처님이라는 말을 들은 순희 씨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날의 기억을 되살렸다.      


***     


그는 불자들 앞에서 칭송을 받고 있는 강남 대형 절의 승려였다. 새벽 예불을 앞둔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설립하고 세금 십 원도 내지 않고 물려받은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거대한 절의 구석진 방으로 대학 신입생인 순희 씨를 불렀다.      


“네, 스님 이 새벽에 무슨 일이세요?”

“아니. 다름이 아니라 우리 순희가 요새 불심이 좀 부족한 거 같아 보여서.”

“요새 학교가 너무 바빠서요.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새벽 예불 빼먹지 않을게요.”

“그래서 그동안 빼먹었던 새벽 예불을 부처님께서 오늘 만회를 하라고 하셨어.”

“네?”     


어둠 속에 반짝이는 나빛한 청년불자

부처님의 가르침 새록새록 담아서

청년불자 꿈을 펼쳐 새뜻이 정진하리     


한 승려는 찬불가를 부르면서 방문을 조용히 닫았다.     


“우리 순희는 진심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지?”

“네? 네....”     


순희는 불안한 눈빛으로 승려를 바라봤다.   

   

“그렇다면 우리 단 둘이 찬불가를 부르면서 부처님께 좀 더 다가가는 거야.”

“아... 네..”     


순희 씨는 미심쩍었지만 두 눈을 감고 손을 모아 찬불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진흙 속 연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리   

한 승려는 찬불가를 부르면서 순희 씨의 뒤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너무나 당황한 순희 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속옷만 입은 순희 씨를 보면서 숨을 헐떡거리면서 옷을 벗으며 승려가 말했다. ,     


“순희야 내가 석가모니 부처님이야. 순희야.”     


순희 씨는 덜덜 떨면서 승려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순희 씨의 귀에 대고 말했다.    

  

“순희 너는 오늘 부처님의 자비를 받을 것이다. 부처님은 우리 순희를 사랑한단다.”     


순희 씨가 눈을 감자 승려의 입에서 족히 2m는 되어 보이는 기다란 혓바닥이 나오더니, 순희 씨를 휘감았다. 순희 씨는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그 자리에는 승려의 아버지이자 절을 설립한, 자칭 부처님의 아들 법사(法師)도 함께 했다. 그 후로도 요괴 부자는 오랜 기간 이제 막 성인이 된 순희 씨를 상대로 성적 가스라이팅을 자행했다.  

    

***     


순희 씨가 감았던 눈을 뜨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가 이야기했다. 머리에 생긴 커다란 구멍으로 피가 쏟아져 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매우 다급해 보였다.      


“순희야 내가 부처님이야. 순희야... 부처님이 그때.. 그때 잘못했어. 순희야. 응?”  

  

남자의 대답을 들은 순희 씨는 웃으면서 크게 말했다.      


“요괴 주제에 말이 너무 많네?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건 그분이 아니지.“


“으아아악”     


순희 씨는 이번에는 칼을 들고 남자의 온몸을 마구 찌르기 시작했다. 순희 씨가 찌르는 구멍 사이로 시뻘건 피와 장기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작은 방안은 남자가 내뱉는 신음으로 가득했다.     


순희 씨 눈에 보이는 작은 방의 바닥에는 승려의 몸에서 나온 빨간 피와 검붉은 장기들이 넘실거리는 게 보였다. 그녀는 침을 크게 삼키고 남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피로 덮인 얼굴과 입술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뻐끔거렸다. 이를 본 순희 씨는 남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전지 전능하신 부처님도 아픈 것을 느끼나 보네?”     


일어서서 문으로 향하던 순희 씨는 뒤돌아서서 쭈그리고 앉아 다시 칼을 남자의 눈에 들이대면서 말했다.     

 

“아 참, 그 요괴 동태눈깔로 나를 보면 잘 안 보일 거 같으니, 새 걸로 바꿔줄게. 그 기다란 혓바닥도. “

   

으아아아악     


잠시 후, 순희 씨는 움직이지 않는 남자를 위에서 내려다봤다. 그녀의 손에는 방금 파낸 눈알 두 개와 2m는 되어 보이는 기다란 혓바닥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방을 나가며 눈알과 혓바닥을 바닥으로 던지며 말했다.


”매일 다양한 방식으로 부처님의 사랑을 잘 전달해 줄게.  내가 그 징그러운 혀 뿌리까지 자르지는 않았으니 죽지는 않을거야.“


그녀는 바로 옆방에 있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방금 전 처참했던 방과는 다르게, 이곳 샤워실은 고급 5성급 호텔과 같은 휘황찬란하고 온통 금빛이 감도는 햇살이 잘 드는 곳이었다. 샤워를 하기 위해서 옷을 모두 벗은 그녀는 무언가 빼먹은 게 있는지 다시 옆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맨살에 뭍은 요괴의 거무죽죽한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처참하게 찢어진 요괴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방 입구에서, 순희 씨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이 빠진 요괴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순희 씨는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몸을 더 수그리고는 바닥에 있는 요괴의 귀에 입을 대고 소곤거렸다.      

“나 지금 네가 좋아하던 알몸인데, 이제 내 알몸을 못 봐서 어떡하지? 내가 다 안타깝네? 내 알몸이 잘 보이라고 눈을 다시 붙여줄게,”

    

순희 씨는 주변에 나뒹굴고 있는 눈 하나를 집어 들고는 눈알이 있던 빈 공간으로 쑤셔 넣으면서 말했다. 남자는 고통에 신음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아 참, 네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고 골백번 이야기 한 니 요괴 아빠, 요괴차사에게 잡혀서 다음 달에 여기 온단다. 그러고 보니 부자 상봉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네? 너네 아빠는 다른 벼르는 애들이 많아서 나한테까지 차례가 돌아오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거야. 그동안은 나랑 단둘이 잘 지내보자고.      


방안은 요괴가 내는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로 가득 찼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너네 요괴집안 완전 개 막장 족보다. 너는 부처님이라고 하고, 너네 아버지는 부처님의 아들이라고 하고, 대체 누가 먼저니? 너네 개 막장 집안은 대체 뭐니? 원래 요괴들은 긴 혀를 이용해서 그렇게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거니?”    


그녀는 바닥에 나뒹구는 다른 눈 하나를 다시 남자의 입에 쑤셔 넣었다.      


“어떻게 된 게, 이 요괴 새끼는 신음소리조차도 재수가 없어.”  

    

그녀는 다시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실의 파란 바닥에 순희 씨의 몸에서 흘러내린 거무죽죽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더니 하수구로 향했다.  

    

***     


샤워를 마친 순희 씨는 [1 교도소] 사무장을 찾아가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복수는 잘하셨나요?     


사무장이 반갑게 순희 씨를 맞아줬다.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무리라니, 이제 시작이구만, 조심해서 잘 가고. 암든 저 요괴시키는 여기 교도소에 잘 가두어 놓을 테니, 시간 날 때마다 와서 복수해,”

“감사합니다. 사무장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들어가, 나는 안 나가볼게. 다음에 보자고.”     


교도소 사무실을 나온 순희 씨는 차를 몰고 원곡동의 집으로 향했다. 순희 씨는 흥겨운 콧노래를 부르면서 운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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