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학소년 Aug 19. 2024

#16 복수학교 입학 초대장

[소설] 원곡동 쌩닭집-16화-템플스테이 ⑤요괴 복수학교




[원곡동 요괴 복수학교 입학 초대장]


안녕하세요. 박순희님,


인간으로 변하여 악행을 저지른 요괴 한OO 이 , 저희 요괴차사들에 의해서 잡혀서 곧 [원곡 요괴 교도소]로 이송 예정입니다. 박순희씨께서 복수를 희망하신다면 저희 원곡동 요괴 차사팀에서 정성을 다해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원곡 교도소 소장




어느덧 순희씨가 대학생이 된 이후,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은 지 십여년이 지나고 있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순희씨의 부모님들은 외동딸 순희씨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의 문을 걸어잠그고 자신만의 세계로 다시 들어갔다. 몇 년 전 부모님이 모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순희씨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가끔 방문하는 택배기사의 발걸음 소리와 잠시 뒤 이어지는 쿵~ 하는 현관문을 여닫는 소리로 아파트 이웃들은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날....   순희씨는 집 앞 우편함에 꽂힌 원곡동 요괴차사팀의 [요괴 복수학교 입학 초대장]을 보고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며칠동안 고민을 한 후, 집 안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작은 여행용 트렁크에 여분의 옷과 소지품을 싣고 현관문을 나섰다.

     

“아이고, 어디 여행 가는겨?”     


앞집 할머님이 문을 열고 나오더니 순희씨를 향해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네, 잠시 여행을 다녀오려 합니다.”

“아이고, 잘 생각했어. 그동안 못 본 바깥세상을 이제라도 좀 보고 와. 어디 가는데? 유럽? 태국?”      


할머님은 반가워하면서 순희씨를 보면서 말했다. 순희씨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기대감과 흥분의 표정이 살짝 보이고 있었다.      


“아니요, 멀지 않은 국내에요. 그럼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요. 재미있게 잘 놀다 오고.”     


할머니에게 인사를 한 순희씨는 차에 트렁크를 싣고 시동을 걸었다. 순희씨가 운전하는 하얀 경차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으로 향했다.      


***      


거대한 원곡동 교도소 주차장에 주차를 한 순희씨는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다. 번호표를 뽑고 하얀 소파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눈에 보이는 교도소 사무실은 마치 공항의 퍼스트클래스 전용 라운지 같은 모습이었다. 라운지에는 수많은 먹을 것들이 가득 있었지만 순희씨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굳게 닫혀있는 문을 응시했다. 이윽고 안에서 비서로 보이는 남자가 문을 열고 순희씨를 보면서 말했다.      


“지금 들어오시면 됩니다.”     


의자에서 일어난 순희씨가 문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하얀 방에 한 건장한 여성이 서서 순희씨를 맞이했다. 방안은 아무것도 없이 커다란 하얀 책상과 의자 두 개 뿐이었다. 여성의 키는 180cm 정도에 평생 운동을 한 듯한 다부진 체격이었다.     


“어서오세요. 박순희님. 이쪽에 앉으세요.”     


순희씨는 여성의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여성은 잠시 순희씨의 눈을 응시했다.     


“요괴에 대한 복수를 선택하셨군요. 잘 생각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복수를 하신다는 건, 원곡동에서 복수를 하면서 계속 사신다는가고, 나중에 죽어서 다시 인간으로 환생을 한다는 건데, 이 부분은 숙지하셨는지요?”

“네,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다시 환생하신다면 당신의 그 거지 같았던 인생보다 더 거지같은 인생으로 환생할 수도 있는데, 괜찮으십니까?”


생각지 않았던 질문이었는지 순희씨의 동공이 잠시 흔들렸다. 그리고는 이내 여성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제가 복수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평생을 믿어온 부처님의 이름으로 저에게 성적인 가스라이팅을 한 요괴에 대한 배신감입니다. 그리고..”     


순희씨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한참 뒤 순희씨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저는 거지 같았던 인생으로 다시 환생할 생각도 없습니다. 환생하지 않은 채 죽어서 귀신이 되어서도 영원히 그 요괴들을 용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시군요. 잘 알겠습니다. 아 참, 제 소개를 안 드렸군요, 저는 이 곳 원곡동 요괴차사팀의 팀장인 장팀장 입니다.”     


장팀장은 순희씨를 다음 방으로 안내하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복수는 어떤 방법으로 하시겠습니까?”     


***     



장팀장이 안내를 한 다음 방에는 온갖 무기들로 가득했다. 오른쪽 벽은 작은 권총들이, 왼쪽 벽은 푸른 빛이 날카롭게 반사되는 수많은 칼들이 가득했다. 놀란 순희씨는 방을 둘러보았다.    

  

“혹시 복수를 직접 하고 싶지 않으시면,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다른 방법이라 하시면”     

“그건 복수를 저희가 대행해 드린다는 말입니다. 원하시는 방법을 말씀해 주시면 복수를 해드리고, 전 과정을 CCTV 영상으로 지켜보실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직접 진행하는 복수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희는 주로 이 도끼를 사용합니다. 요괴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거대한 도끼로 사지를 절단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팀장은 순희씨의 눈을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상태에서 요괴의 허리를 절단한 후, 의식이 있는 상태로 순희씨에게 인계하게 됩니다. 그 이후는 순희씨에게 달렸지요.”     


장팀장은 칼과 같이 걸려 있는 도끼를 가리켰다, 순희씨는 장팀장의 눈을 쳐다봤다.     

 

“혹시”     


장팀장은 다시 순희씨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도끼가 아닌 다른 무기로 복수를 진행하기를 원하신다면 무기를 여기서 골라주시면 됩니다. 저희가 성심성의껏 순희님의 복수를 마음에 담아서 복수를 완벽하게 진행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순희씨는 단호한 어조로 답변하면서 작은 권총과 날카로운 칼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음 방에서 선택하신 장비에 대한 상세 교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당한 복수를 하는 데 한치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되니까요.”     


장팀장은 다음 방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사격 연습장과 각종 칼을 사용하는 커다란 연습실이 있었다. 모든 방은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져서 그 안이 훤히 보였다. 다양한 연령대의 여러 명의 남녀들이 각종 총을 이용한 사격과 칼을 사용하는 연습을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일부는 기관총을 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장팀장은 한 방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남자 두 명이 무기 없이 직접 맨손으로 격투가 진행 중이었다. 격투용 빨간 글러브를 낀 소년이 파란 글러브를 낀 남성의 복부를 가격하고 있었다. 복부를 맞은 남성은 바닥에 쓰러져서 신음했다.     


“저, 죄송한데 이 방은 무슨 방인가요?”

“간혹가다가, 무기 없이 직접 맨손으로 자신을 괴롭혔던 요괴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는 분들이 있으십니다.”     

장팀장은 걸음을 멈추고 순희씨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방금 본 그 소년은 맨손으로 죽을 때까지 때리는 것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대 요괴는 죽지 않지만요. 정당한 복수에는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니까요.”     


장팀장은 다음 연습실 방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타이트한 경호복과 각종 무기로 무장한 단발머리의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순희씨를 보면서 말했다.    

 

“가볍고 좋은 권총과 칼을 선택하셨네요. 선택하신 무기들을 사용해서, 요괴의 급소를 빠르게 가격하는 방법을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순희씨는 여성을 따라갔다.     

 

몇 시간 후,


방을 나온 순희씨의 손에는 작은 권총과 날카로운 단검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침을 크게 꿀꺽 삼키고는 원곡 요괴 교도소 운동장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는 28년 전에 있었던 그날의 기억을 상기했다.

   

***     


다시 며칠 후,    

  

원곡 요괴 교도소로 들어온 사람들 중, 승려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무릎을 꿇고 오른손으로 염주를 돌리면서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순희씨는 남자 옆으로 가더니 손에 들고 있는 장부를 조회했다. 그리고 조회 결과를 크게 읽기 시작했다.     

 

“요괴로 태어난 주제에 인간 세계에 숨어서 강남에서 승려 행세를 했구나?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고 비구니 여러 명을 임신시켰네? 불심이 깊은 아이를 요괴 부자가 같이 온갖 이상한 방법으로 괴롭히고?“


염불을 외우던 스님은 덜덜 떨면서 순희씨를 쳐다봤다. 순희씨는 남자의 옆으로 걸어가더니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전 15화 #15 석이형과 순희 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