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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20. 2024

#20 전래동화 나라

[소설] 원곡동 쌩닭집-20화-전래동화 나라 ①해태 아저씨

[며칠 후]     


일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달이 누나?”

“주말에 뭐 해? 시간 되면 자원봉사 안 할래? 12 지신 애들 데리고 [전래동화 나라]에 가기로 했어.”

“그래요? 누나, 그러면 저도 같이 가서 도와줄게요.”

“오케이. 땡큐.”     


시간이 흘러 주말이 되었고, 나는 아침에 일찍 보육원으로 출발했다. 편의점에 들러 달이 누나와 함께 보육원으로 가니 이미 12명의 아이들과 보육원장님이 노란 버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저씨, 아줌마, 여기요!”     


아이들이 나와 달이누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버스 쪽으로 서둘러 걸었다.      


“그럼, 오늘 수고해 주시게.”     


보육원장님은 버스를 타고 출발하는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셨다. 어느덧 버스는 [전래동화 나라]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정문에 도착하니, 인상 좋아 보이는 둥글둥글한 아저씨가 노란 형광색 잠바를 입고 커다란 지도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아저씨를 향해 인사를 했다. 아저씨는 깃발을 흔들며 말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신나는 모험을 떠날 저는, 이곳 전래동화 나라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해태입니다. 해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해선생님.”   

  

12 지신 아이들은 반갑게 해선생님에게 인사를 했다. 선생님은 경복궁 앞에 있는 해태 동상과 같이 둥글둥글한 두상에 몸도 통통하신 분이었다. 한눈에 봐도 아이들을 정말로 좋아하시는 게 느껴졌다. 아저씨는 놀이동산 입구에 있는 전래동화 나라 약도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우리 어린이들을 너 ~~ 무 사랑하는 해태 아저씨가 만든, 전래동화 나라는 여기 보시는 것처럼 게임 마을, 놀이 마을, 타는 마을, 서커스 마을, 탐험마을의 다섯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리 먼저 게임마을로 가 볼까요? 저기 보이는 꼬마 도깨비열차를 타고 우리 다 함께 출발!”     


작은 노란 깃발을 들고 맨 앞을 걸어가는 해선생님을 따라, 아이들은 나란히 줄을 서서 작은 도깨비가 운전하는 꼬마 열차를 타기 시작했다. 달이누나가 열차 입구에서 아이들이 잘 타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12 지신 아이들이 모두 탄 후, 나는 열차의 맨 뒤 칸에 앉았다. 한 아이가 뒤돌아보더니 내 검은손과 들고 있는 나무막대기 모양의 검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아저씨!”

“응?”

“아저씨 손 안 씻어서 까만 거죠? 그리고 그 기다란 나무 막대기는 왜 가지고 다니는 거예요?”

“아.. 이거?”     


내가 들고 있는 나무 막대기 끝에는 태산검(泰山劍)이라고 새겨 있었다. 그날 철물점 할머니로부터 이 검을 받은 이후로 나는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눈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긴 박달나무 막대기였기에 아이는 내가 왜 나무 막대기를 가지고 다니는지 궁금한 듯했다.   

   

“아저씨가 허리하고 무릎이 좀 안 좋아서. 이렇게 지팡이처럼 짚고 다녀야 하거든.”

“정말요? 그렇구나.”     


잠깐 걱정하는 얼굴을 하더니 이내 신이 났는지 맨 앞에서 재미있게 설명하는 해선생님을 놓치지 않고 쳐다보고 있었다. 어느덧 열차는 칙칙폭폭 소리를 내더니 게임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자, 이제 입구로 가 볼까요? 저어기 할아버지 할머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해선생님도 마치 어린이가 된 것 마냥, 노란 깃발을 흔들면서 아이들을 이끌고 게임마을 입구로 향했다. 멀리 보이는 입구 부스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해태선생님이 나눠준 가이드북을 펼쳐봤다. 우리가 막 도착한 게임나라는 총 다섯 개의 게임과 두 개의 먹거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우리는 입구로 향했다.      


         

***     


“와! 할아버지는 코가 없고 할머니는 입이 없어요!”     


아이들이 신기해하면서 입구 부스에 계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코가 없는 할아버지는 코맹맹이 소리로 아이들을 보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이고, 코가 없어서 불편하네. 누가 저기 보이는 찰흙으로 내 코 안 만들어 주나? 기왕 만들어 주는 거, 우리 할망구 입도 만들어 주면 좋으련만..”     

“저요 저요,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아이들이 찰흙을 가져가더니 조물조물 코와 입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만든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코와 입 모양의 점토를 할아버지 앞에 가져갔다.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데가. 나머지는 내일 쓰고 오늘은 하나만 골라서 쓸게요.”     


할아버지가 코 하나를 집어서 자기 코에 붙이고, 입 하나를 집어서 할머니 입 위치에 붙이자 찰흙이 꾸물꾸물 움직이면서 정말로 코와 입이 되더니 두 분이 얼싸안고 기뻐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더 이상 코맹맹이 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다.      


“코와 입을 만들어 줬으니 우리도 선물을 줘야지.”     


입이 생긴 인자한 할머니가 웃으면서 뒤에 있는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호건(남자아이 모자)과 굴레(여자아이 모자)를 꺼내서 한 명씩 차례대로 모자를 씌워주며 말했다.  

    

“이 모자를 쓰면 이제 동물들이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단다.”     


귀여운 색동 모자를 쓴 아이들이 신나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달이 누나에게 가서 조용히 물었다.

  

“달이 누나, 진짜 저 모자 쓰면 정말로 동물 말이 들리는 건가요?”

“너도 참... 그걸 믿냐? 아이고 순진한 우리 준이.”   

  

멋쩍어진 나는 다시 맨 뒤로 돌아왔다. 할머니로부터 막 색동 굴레모자를 받아서 쓴 한 아이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아저씨, 이 모자를 쓰니까 진짜 저 나무에 있는 까치가 말하는 게 다 들려요,”     


놀란 나는 아이를 쳐다봤다.    

  

“저 까치가 지금 뭐라고 하는데?”

“만나서 반갑다고요. 재미있게 놀다 가래요.”

화조도 병풍 속 해태,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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