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월미수산 아쿠아리움-#16(인물소개 2)
지난번에 이어 오늘은 월미도의 핫스폿 5번~8번까지 네 분의 소장님과 사장님을 소개합니다.
⑤용궁제과 1 공장 공장장 (기름치 기 부장)
'월미수산 민방위 관리부'에서 민방위 교육을 담당하는 펭 부장이 좋아하는 ‘오징어 싸만코’를 비롯, 용궁제과에서 만드는 모든 과자와 이이스크림이 모두 이곳 [용궁제과 1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곳을 책임지는 1 공장장은 기름치인 '기 부장'이다. 그는 월미수산의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기술이사 직책도 겸하고 있다. 혹시 [용궁제과 1 공장] 기계들이 멈추면 기름치 부장의 기름을 기계에 바르면 즉시 가동된다.
‘기름치'는 심해어지만 야간에 수심 얕은 곳으로 올라와 어선에 낚이는 일이 잦다. 약 10년전, 일부 식당에서 파는 정체불명의 회덮밥이나 참치집에서 무한 리필하는 참치 대용으로 쓰여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먹을 수 없는 기름치를 참치로, 심지어는 고급어종인 메로로 속여서 판 식당이 적발된 적도 있었다. 문제가 된 이유는 기름치 살의 25% 를 차지하는 지방 대부분이 섭취하면 설사를 비롯한 소화기 장애를 일으키는 '절대!! 소화시킬 수 없는' 왁스 에스테르 이기 때문이다.
외견상으로도 비슷하기 때문에 월미철도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는 메팀장은 기름치인 용궁제과 1 공장 공장장인 기 부장과 고급 어종 메로인 자신을 헷갈리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러나, 불원장님(월미 피부과 불가사리 원장)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혀 효용성이 없어 보일 것 같은 기름치의 주 성분인 '왁스 에스테르'가 사실은 모공 속의 노폐물을 잘 용해해 마사지용으로 탁월하며, 인간의 피부 기름과 유사하기 때문에 취급하기 쉽고 피부 보호작용, 보습효과, 소염작용, 살균작용, 자외선방지 작용도 있다고 알려져서 기 부장이 어깨를 좀 피고 사는 중이다.
■ 취미 – 기 부장은 심각한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키는 150cm로 월미철도 마케팅을 담당하는 메팀장의 허리 정도에, 코는 뭉뚝하며, 두 눈은 마치 동전처럼 동그랗게 얼굴 가운데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제일 심각한 건 얼굴 전체가 기름을 바른 것처럼 반질반질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유부남으로 생각하고 심지어 월미수산 사내에서도 그가 유부남 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항상 챙이 넓은 은갈색 모자와 망토를 걸치고 다니는 그의 취미는, 여러 다양한 애니메이션 여자주인공들의 피규어를 모으는 것인데, 그가 모은 피규어의 가치만 해도 1억이 넘을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피규어 대부분이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메텔이라는 건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기팀장만의 특급 비밀이다.)
⑥월미 아파트 경비소장 (은갈치 은소장)
평소 잠이 없는 은갈치 은소장은 이곳 월미 아파트 경비소장 업무를 천직으로 생각한다. 이곳 월미 아파트는 2명의 갈치 소장이 경비를 서고 있는데, 낮에는 멋진 알마니 명품 검은 정장을 입은 '먹갈치' 먹소장이, 밤에는 화려한 구찌 은빛 정장을 입은 '은갈치' 은소장이 아파트 경비를 책임진다. (같은 갈치 소장이라는 것을 아파트 주민들은 아직 모른다. 낮에는 먹갈치로 밤에는 은갈치로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월미 아파트의 밤을 책임지고 있는 은갈치 은소장은 365일 내내 멀리서도 잘 보이는 빛나는 구찌 은빛 양복 정장을 풀로 갖춰 입고 근무를 하기 때문에, 밤에도 이곳 월미 아파트 입구는 환하게 빛이 나고 여성들도 안심하고 늦게까지 아파트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할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이들을 볼 때마다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준다. 처음에는 무섭게 생긴 외모와 날카로운 이빨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이 겁을 냈지만, 이제는 자신들의 아파트를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안전하게 지켜주는 믿음직한 경비원으로 은소장과 먹소장을 믿고 의지하고 있다.
■ 취미 – 은갈치 은소장의 취미는 '검도'다. 퇴근 후 항상 인근의 검도장에 가서 검도옷으로 갈아입은 후, 심신을 단련하곤 하는데 일본검도로 시작했다가 얼마 전에는 진검을 사용하여 검법, 베기, 격검 등을 수련하는 대한민국의 해동검도(海東劒道)만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러나, 집에서 검도 연습을 하다가 와이프가 아끼는 명품 옷을 실수로 잘라먹은 바람에 진검을 와이프에게 빼앗기고. 현재는 아들의 싸구려 장난감인 프라스틱 죽도로 연습 중이다. 호시탐탐 와이프가 숨겨 놓은 진검을 찾으려 하지만 찾을 수 없다. (와이프가 월미철물점 백사장에게 팔아버렸고, 백사장은 날카로운 이빨을 이용해서 말 그대로 '아작' 내버렸기 때문이다.)
⑦카페 월미도 사장 (벨루가 벨사장님)
귀여운 모습의 흰돌고래 벨루가 벨사장님이 약 10년 전, 커피 향에 반해서 이곳 월미도에 자리를 잡고 카페 월미도를 오픈했다. 카페 월미도를 오픈하기 위해서 약 3년 동안 남미 아마존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글로벌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아마존 강돌고래 강사장님 밑에서 원두의 생산-수확-로스팅을 포함한 커피와 관련한 전체 프로세스를 공부했다. 특히, 취득하기가 까다롭다는 ‘아마존 커피 로스터스’ 전 과정을 수석으로 마스터하기도 했다. 월미수산 사람들은 물론 일반 사람들까지 카페 월미도의 커피 맛에 반하면 헤어 나올 수 없다.
■ 취미 – 벨루가 벨사장의 취미는 '새로운 커피 메뉴 개발'이다. 가장 최근에 개발한 메뉴는 ‘초코허니라벤더허브솔트진저캐러멜블랙당라떼’인데 사실 이 메뉴를 개발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메뉴 개발을 하기 위해서 일을 하다가 선반 위에 있던 초코시럽, 라벤더시럽, 허브솔트, 진저시럽, 캐러멜시럽, 블랙당 시럽, 라떼용 우유가 한꺼번에 쏟아져서 커피 원액과 합쳐진 바람에 버리기 아까워서 한 입 먹어봤는데 그 맛에 깜짝 놀라 메뉴로 만든 것이다. ‘초코허니라벤더허브솔트진저카라멜블랙당라떼’의 의 인기가 점차 증가하자, 이 메뉴를 용궁제과와 손잡고 제품을 만들어 전국의 편의점에서 판매를 할 계획이다. 또한, 월미청과 피사장이 커피 열매를 먹고 소화시키지 못한 커피 열매 분비물에서 야릇하고 오묘한 향이 난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를 이용해서 인도네시아 사향고양이 똥을 이용한 '루왁커피'처럼 카페 월미도를 대표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기획 중이다.
⑧월미 관광호텔 매니저 (마귀상어 교어남 매니저)
마귀상어(魔鬼鯗魚) 혹은 고블린 상어(Goblin shark)는 인도양을 제외한 심해에서 살고 있으며, 몸길이는 최대 7m다. 그는 이곳 월미 관광호텔 창립시점에 벨보이로 시작해서 총괄 매니저까지 승격하여 능력과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마치 고블린을 연상시키는 모습은, 그가 매우 위협적이고 포악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정작 그는 인간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는 온순한 상어다. 보통은 1200~1300m의 심해에서 살고 있으며, 조개, 물고기 등을 먹으면서 산다. 외모를 보면 엄청 싸나울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 그는 매우 온순한 성격으로 모든 월미 관광호텔 종업원들이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고 있다. 호텔의 주인인 VIP의 신임을 얻어서, 월미 관광호텔 종업원 중에서 유일하게 지하 100층의 심해룸을 포함해서 월미호텔 200개 객실에 출입할 수 있는 '월미마스터키'를 가지고 있다.
■ 취미 – 원래 고블린 상어는 심해에 살기 때문에 몸이 가늘고 지상으로 올라오면 힘없이 축 늘어지는 특징이 있다. ‘힘이 없어 보이고 매가리가 없어 보인다’라는 오해를 받는 게 싫어서, 헬스클럽에 다닌 지 10년이 넘는다. 취미로 시작한 헬스가 어느덧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할 정도가 되었으며, 심지어 2023년 전국 보디빌딩 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평소 몸매 관리를 위해서 계란 흰자와 콩 파우더와 같은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먹는데, 이런 그도 월 1회는 꼭! 라면을 먹는다. 그가 즐겨 먹는 방식은 라면의 면을 재빠르게 먹은 후, 남은 국물에 밥 한 공기와 계란 열개를 풀어서 라면 계란죽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은근히 맛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wolmiaqu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