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월미수산 아쿠아리움-#17(인물소개 3)
지난번에 이어 오늘은 월미도의 핫스폿 9번~12번까지, 네 분의 소장님과 사장님을 소개합니다.
⑨옥상정원 (비단잉어 옥상정원사 비양)
월미도 옥상정원을 관리하는 비단잉어 정원사 비양은 평소에 화려한 색상의 옷과 형형색색의 머리색을 자랑하는 20대 아가씨다. 직책은 소장인데 '비소장' 보다는 '비양'으로 불러주는 것을 좋아한다. 간혹 가다가 회식으로 술을 많이 먹은 날은 깜빡하고 색상유지 약을 먹지 않고 출근해서 아름다운 비단잉어가 아닌, 칙칙한 잉어의 모습으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퇴근하곤 한다.
중국, 동남아시아, 특히 일본에서 관상용으로 인기가 좋은 비단잉어는 마리당 억 단위가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화려한 비단잉어의 색상은 전용 약을 지속적으로 먹어야 그 색깔이 유지된다. 자연으로 방류하거나 약을 먹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잉어 색상인 칙칙한 색깔로 돌아오기 때문에, 비양은 매우 철저하게 색상유지 약을 복용하면서 월미도 옥상 정원을 아름답게 잘 관리하고 있다.
■ 취미 – 비양의 취미는 플라잉 요가다. 특히 그녀는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물고기로 있을 때 물속에 있을 때와 느낌이 비슷해서다. 원래 허리 통증이 심했던 그녀는 플라잉요가가 허리 통증에 좋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는데, 해먹에 거꾸로 매달리면 중력에 의하여 관절 부위가 이완되어 허리통증, 어깨통증 등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요가에 심취한 그녀는 이번 여름휴가 때 요가의 성지인 인도에 방문할 예정인데, 은퇴 후에는 정식으로 인도에서 요가를 배운 후 월미도에 인도 아헹가 요가(Iyengar Yoga) 학원을 차릴 계획을 하고 있다. 참고로 아헹가 요가는 해부학에 기반을 둔 요가로, 척추 질환이나 불균형한 자세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가장 좋은 요가로 알려져 있다.
⑩노을전망대 (맨티스 전망대관리소장 - 맨소장)
시력이 뛰어나고 선명하게 물체를 파악하는 맨티스 쉬림프(Mantis Shrimp) 인 ‘맨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갯가재’로도 불린다. 그는 원래 열대 및 서열 해양 지역에 사는데, 이곳 월미도의 아름다운 저녁노을에 반해서 월미도 노을 전망대의 관리소장 공모에 지원,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해서 현재 전망대 관리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맨소장은 특히 색상 감지와 깊이 인식 능력이 탁월한데, 눈에 특수한 세포와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동물들이 감지하지 못하는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의 색상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눈은 픽셀처럼 작은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높은 해상도로 세부적인 시각 정보를 처리할 수 있어서 다른 동물이나 어류들과는 달리 아름다운 월미도의 저녁노을 색상을 인간보다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
■ 취미 – 맨소장의 취미는 복싱이다. 갯가재로 변했을 때의 그는 앞다리에 타원형 공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앞다리가 권투글러브의 역할을 하는데, 펀치를 날리는 순간의 속력이 매우 빠르고 강력해서 일반유리나 단단한 산호를 박살 낼 수 있다. 인간으로 변한 후에는 복싱 경기장에서 맨티스의 순간 힘을 이용한 잽을 날리는데,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보통 인간의 눈으로는 주먹이 움직이는 게 보이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는 심판조차 맨 소장의 잽을 보지도 못했는데 상대 선수가 맞아서 다운된 적도 많다. 이럴 경우에 맨 소장은 능청스럽게 쓰러진 선수에게 다가가서 '괜찮으세요? 시합 시작도 안 했는데, 요새 빈혈이 있으신가 봐요?'라고 물어보는데, 대부분 자신들이 빈혈로 쓰러진 줄 알고 착각한다.
⑪소월미도 등대 (전기뱀장어 – 월미도 출입국 등대지기 및 응급의학 전문의 전소장)
소월미도 등대지기인 전소장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아마존 전기뱀장어다. 등대지기로서의 전소장의 주요 역할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월미도 출입국 통제 사무소 관리다. 소월미도 등대는 월미도 출입국 통제 사무소를 겸하고 있는데, 월미수산 아쿠아리움에서 근무하거나 월미도에 살고있지 않다면 반드시 전소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월미도에 입도할 수 있다. 만약 그 누구라도 전소장의 허가 없이 월미도에 들어온다면 짜릿한 전기맛을 맛보게 될 것이다.
두번째는 혹시 정전이 되어서 월미 열차가 중단되거나 월미 아쿠아리움의 각종 기기들이 작동되지 않을 때, 몸 안의 전기를 월미도 곳곳에 보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간혹 월미수산 사람들은 소월미도 등대지기 전기뱀장어 소장과 월미아쿠아리움 곰소장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 궁금해하는데, 이미 10년 전에 둘이 한판 붙었다가 전소장의 완벽한 패배로 그날 이후로 전소장은 곰소장을 형님으로 깍듯하게 모시고 있다.
■ 취미 – 전사장의 취미는 나쁜 사람들에게 전기 충격을 주는 것이다. 영화 속 히어로들과 같이 크게 대단한 건 아니고, 월미도를 방문해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에게 전기 충격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심하게 충격을 주면 크게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적정량의 전기를 이용한다.) 사실 그는 탁월한 전기충격 실력으로 ‘응급의학 전문의’ 역할도 하고 있는데, 몸이 좋지 않은 물고기들에게 전기 충격을 가해서 심장마비를 치료한다. 가끔 월미수산에서 응급 콜이 들어오면 즉시 119 앰뷸런스를 타고 가서 심장병이 온 동물들에게 전기충격을 가해 소중한 생명을 살리곤 한다.
⑫월미슈퍼 (고래상어-고사장)
고래상어는 바다에서 제일 큰 물고기로 입은 그 폭이 1m나 되고 전체 몸길이는 7m에 이른다. 몸 전체에서 입이 16%를 차지하고 있는데, 월미도 유일의 슈퍼마켓인 월미슈퍼 고사장은 자신의 거대한 입 안에 맛있는 용궁제과 신상 과자들을 숨겨놓았다가 예뻐하는 단골 아이들에게만 주곤 했다.
그러나, 작년 초대박을 친 “오징어 싸만코 허니버터맛”과 바나나를 말린 “바나나깡” 품절 사태 때 결국 사달이 났다. 용궁제과에서 전국에 골고루 배포한 신상 과자들을 자신의 거대한 입 안에 숨겨두고 팔지 않고 있다가 깜빡 잊고 꿀꺽 삼킨 바람에 큰 손해를 본 것이다. 그 이후로는, 정직하게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용궁제과 신상품을 공평하게 팔고 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씨 좋고 인심 좋은 덩치 좋은 착한 아저씨.
■ 취미 – 고사장님의 취미는 게임과 OTT 드라마 몰아보기다. 특히 작년에 전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를 친 게임인 "독광정육-지옥의 12 천왕"의 매력에 폭 빠진 고사장님은 밤을 새워서 롤플레이 게임을 하다가 와이프에게 걸려 혼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한, 오징어게임 이후 글로벌 히트를 친 OTT 드라마 "독광정육"의 두 여주인공인 "영천"과 "혜진"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그녀들과 관련한 모든 굿즈를 구매하였다가 역시나 와이프에게 크게 혼난 적이 있다. 독광정육의 여주인공 "영천"과 "혜진" 중에서 고사장님은 "영천"쪽에 마음을 더 두고 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wolmiaqu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