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월미수산 아쿠아리움-#18(인물소개 4)
월미도의 핫스폿 마지막 네 분의 원장님과 사장님을 소개합니다.
⑬월미약국 (투구게 - 투원장)
4억 5천 년 전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투구게 투원장은 월미도에서 월미약국을 꽤 오랫동안 하고 있다. 소문으로는 조선초기 이곳에 월미 한약방을 연 뒤, 일제 강점기 시대에 약국으로 변경하여 운영 중이라는 말이 있다. 투구게 투원장은 게(Crab)나 랍스터(Lobster) 같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갑각류가 아니라 협각류라서 실제로는 전갈과 거미에 더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 월미약국 곳곳에 거미줄이 쳐 있으며, 커다란 전갈들이 책상 위에 많이 돌아다니는데 모두 투원장의 친인척들이다.
투구게는 지난 4억 5천 년 동안 인간, 장어, 바닷새를 제외하고는 천적이 없어서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았다----라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맛이 없어서다. (랍스터와 같은 갑각류가 아니라 거미나 전갈과 같은 협각류라서 투구게가 맛이 없는 거 일수도 있다.)
■ 취미 – 투사장님의 취미는 갑각류와 협각류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이다. 특히, 그는 멸종 위기에 처한 자신과 같은 투구게의 보호를 위한 연구에 심혈을 가하고 있는데, 투구게의 파란 피를 의학용도로 사용하는 비중이 많아져서 멸종위기에 처해졌기 때문이다. 면역체계가 매우 단순한 투구게의 특징 때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오면 피 자체가 응고되어 확산을 막는데, 이 때문에 매년 50만 마리의 투구게가 의학 연구실의 무균장비나 수술도구에 혹시 있을 세균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험약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투원장은 투구게의 파란 피보다 더 효과가 좋은 신물질 개발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⑭월미피부과 (불가사리 – 불원장)
불원장은 '에제오'라는 인간의 이름을 사용하는 내과 전문의로 월미도 인근 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한 후, 이곳에 병원을 개원했다. 그러나, 월미수산 사람들이 몸이 아플 때면 월미 아쿠아리움의 문 선생과, 앞서 소개를 한 전기뱀장어 전소장의 전기 충격을 이용한 응급처치를 주로 이용하는 바람에 1년도 안 돼서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수많은 연구 끝에 불원장은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콜라겐 성분을 이용한 “월미 에제오 마스크팩”을 개발하였다.
마스크팩 특허 출원 후 홈쇼핑에 자신의 이름을 건 상품을 론칭하여 수백억에 달하는 떼돈을 벌었고, 몸을 잘라도 다시 자라나는 뛰어난 불가사리만의 재생력을 이용해서 내과를 피부과로 변경해서 '에제오 불세라 피부 리프팅'을 전문으로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기름치 공장장의 주 성분인 '왁스 에스테르'의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데, 불원장의 최근 연구 논문에 따르면 기름치 기름이 인간 피부 마사지용으로 탁월하며, 피부 보호, 보습, 소염, 살균, 자외선방지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 취미 – 불원장의 취미는 부동산 투자와 유튜브 채널 운영이다. 소문에 의하면 강남 압구정에 피부과 분원을 내기 위해서 주말마다 강남의 부동산을 보러 다닌다고 한다. 또한 불가사리는 뇌가 없다는 소문에 정면으로 반박하듯, 해박한 의학과 피부지식을 공유하는 유튜브 채널 ‘월미에제오불원장’ 채널을 오픈하였고, 현재까지 1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였다.
⑮월미건어물 (해달 – 달사장)
건어물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을 수도 있지만, 이곳 월미 건어물은 미역과 다시마, 김, 파래, 톳과 같은 소위 말하면 말린 해조류만 취급하는 건어물 가게다. 간혹 가다가 인간들이 이곳에 들어와 말린 새우나 오징어를 주문하면 화들짝 놀라면서 다른 가게를 가보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는 달사장님은 항상 부부가 손을 꼭 잡고 다니는 이곳 월미도의 소문난 잉꼬부부다.
원래 해달은 주로 조개류를 배 위에 돌을 올려놓고 조개를 내리쳐 깨서 내용물을 먹거나, 각종 어류, 갑각류도 즐겨 먹었으나, 약 10년 전 불교에 심취하여 100% 채식으로 전환하였고, 그 후 이곳 월미도에 “월미 건어물”가게를 차려서 운영 중이다. 참고로 이곳은 달사장 부부가 직접 채취한 100% 자연산만 취급하기 때문에, 다른 곳의 미역과 다시마, 김, 파래, 톳에 비해서 그 향과 맛이 아주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취미 – 항상 손을 잡고 다니는 해달 부부의 취미는 해외여행이다. 그동안 틈이 날 때마다 둘이 손잡고 전 세계를 자유 여행했다. 이들 부부가 가장 좋아한 도시는 프랑스 파리,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체코의 프라하인데 그동안 거의 매년 이 도시들을 방문했다. 올해는 가보지 않았던 이탈리아 피렌체 한달살이를 계획 중이다. 소문에 의하면, 얼마전에 인당 199,900 원짜리 중국 운남성 땡처리 여행과 39만 원짜리 이집트 땡처리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자유여행 대신 땡처리 패키지여행을 좀 더 고민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 자유여행을 준비하기가 귀찮아서라고 한다.
해달 부부는 그동안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를 통해서 서울에 아파트 세 채를 장만했으며, 모두 월세로 전환해서 월세를 받으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월미 건어물'을 통해서 이윤을 크게 남겨먹을 생각은 없다.
⑯월미청과 (피라푸탕가 – 피사장)
월미도 유일의 과일가게인 “월미청과”는 피라니아의 일종인 피라푸탕가(Piraputanga) 피사장이 운영 중이다. 피라푸탕가는 헤엄을 치다가 물 위로 점프를 해서 나무에 달려 있는 열대과일과 열매를 따먹는 것을 즐겨하는, 어류 중에서 유일하게 지상의 과일을 즐겨 먹는 물고기다. 점프력이 매우 뛰어나며, 모양과 이름으로 봐서는 피라니아와 비숫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피사장은 피냄새를 싫어한다. 또한 동물의 사체를 즐겨 먹는 먼 친척 피라니아와 자신을 헷갈리는 것을 무척 기분 나빠한다.
■ 취미 – 직접 커피를 드립 해서 내려먹는 취미가 있는 피사장은 특이하게도 아마존 야생 커피열매를 생으로 먹는 것을 즐겨하는데, 그 씨앗은 소화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배설한다. 이곳 월미도의 “카페월미도” 벨루가 벨사장은 카페월미도 화장실을 청소하다가 우연히 피사장이 아마존 야생 커피열매를 먹고 소화시키지 못한 X 분비물에서 야릇하고 오묘한 향이 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벨사장은 이를 사향고양이 똥을 이용한 인도네시아 특산물인 ‘루왁 커피'처럼 대한민국 월미도 특산품으로 '피라푸탕가 커피'를 상품화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가능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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