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월미수산 아쿠아리움-#20
띠띠띠띠띠
뚜둣뚜뚜뚜
띠띠띠띠띠
뚜둣뚜뚜뚜
“소장님, 레이더에 무언가 잡히고 있습니다.”
어느 평범한 금요일 오전, 소월미도 등대 최상층에 있는 향유고래 세 마리가 머리에 손을 대고 있다가 전소장을 보면서 말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전소장은 “월미도 출입 통제 사무소" 관리소장을 겸하고 있다. 월미수산 아쿠아리움에 근무하거나 거주 주민이 아니라면 반드시 전소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월미도에 입도할 수 있다. 이태까지 그 어느 누구도 전소장의 허가 없이 월미도에 들어온 적은 없었다.
이곳 ‘월미도 출입 통제 사무소’는 주파수를 발산하는 향유고래들 중에서 300 Hz이상의 강력한 주파수를 발산하는 고래들만 특별히 엄선한 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부 민감한 향유고래는 군사용 레이더와 맞먹는 12 GHz의 주파수를 발산할 수 있다. 이들의 업무는 주파수를 발산해서 인간의 레이더처럼 월미도 근처를 오가는 모든 수중 생물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들 향유고래들 모두 손에는 빨간 '말표 고무장갑'을, 발에는 검은색의 ‘말표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향유고래들의 뒤에 서서 믹스커피를 마시고 있던 전소장은 향팀장을 보면서 물었다.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느긋해 보였다.
“그래? 해저인가?”
“아닙니다. 공중입니다.”
“공중에서 무언가 우리 월미도로 오고 있다고? 그게 뭐지?”
“네, 그렇습니다. 저희 레이더에 탐지되는 모양으로 유추해 보았을 때...”
“유추해 보았을 때? 날치들인가?”
“아닙니다. 서양의 드래곤입니다. 사이즈는 3 미터 정도의 드래곤으로 유추됩니다.”
순간 향팀장을 뺀 나머지 향유고래들이 업무를 중단하고 전소장과 향팀장을 일제히 바라봤다. 이곳 월미도를 향해 다가오는 물체가 서양의 드래곤이라는 말을 들은 전소장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어떻게 할까요. 소장님.”
“어떻게 하기는, 그 누구도 예외 없다. 내 허가를 받아야만 월미도에 입도할 수 있다.”
“그.. 그래도. 서양의 드래곤인데...”
“닥쳐라. 드래곤이고 나발이고 지금 당장 이곳 [월미도 출입 통제 사무소]를 먼저 와서 입도신청을 하라고 무전을 보내!”
“알겠습니다. 소장님. 바로 무전을 보내겠습니다.”
향팀장은 전소장의 얼굴을 바라봤다. 전소장의 굳은 표정은 정말로 서양의 드래곤이던 그 누구라도, 자신의 승인 없이는 이곳 월미도에 들어올 수 없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
잠시 후, 소월미도 등대에 거대한 소용돌이 같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등대 안의 향유고래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등대 밖을 바라봤다. 저 멀리서 거대한 서양의 드래곤이 위풍당당하게 등대 쪽으로 날아오더니, 등대 위를 맴돌았다. 거대한 몸으로 인해서 등대 안이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서양의 드래곤은 거대한 날개와 몸통으로 소월미도 등대 꼭대기에 있는 헬리콥터 착륙장으로 내려왔다.
잠시 후, 위풍당당한 목소리로 크게 호령하기 시작했다.
“감히 누가 나를 이곳으로 오라 가라 하는 것이냐?”
전소장은 사무실 안의 종이와 볼펜 하나를 집어 들고는 헬리콥터 착륙장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말했다.
“저는 월미도 출입 통제 사무소를 책임지고 있는 전소장입니다. 지금 드리는 입도신고서를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히 나에게 종이 쪼가리를 주면서 적으라 하는 것이냐?”
“그 누구도 예외는 없습니다.”
“네 놈이 미쳤구나.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는!!!!!!!!!!!!!!!!!!!!!”
전소장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볼펜으로 ‘도마뱀’이라고 적으면서 말했다. 자신을 보고 도마뱀이라 부르는 전소장을 보고 드래곤은 무척 화가 났는지 크게 소리쳤다.
“뭐라고? 도마뱀? 지금 나보고 도마뱀 이라고 부른 것이냐?”
“아니지, 아니지.....구멍이 숭숭 있는 낡아빠진 날개가 있으니 '날도마뱀'인가?”
전소장은 ‘도마뱀’이라고 적은 글씨를 슥슥 볼펜으로 긋더니, ‘날도마뱀’으로 다시 수정했다.
서양의 드래곤은 화가 났는지 몸집을 부풀리면서 입 안에서 뜨거운 불을 뿜어대기 직전이었다. 전소장은 그를 보면서 다시 말했다.
“몸집이 크니까 ‘거대한 날도마뱀’으로 정정하겠습니다.”
“뭐라? 네놈이 실성했군. 아마존 전기뱀장어 주제에 감히 나를 농락해? 네 이놈을!!!!!!!!”
****
철썩!!!!!!
그 순간 거대한 파도가 소월미도 등대를 덮쳤다. 등대를 덮친 수많은 바닷물이 드래곤을 적셨고 물이 입으로 들어가자 그는 불을 내뿜지 못하고 켁켁대기 시작했다.
“켁켁켁.. 나의 불맛을 네놈에게....."
전소장의 손과 다리에서 지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수백만볼트 전기가 드래곤을 덮치기 시작했다.
“엄살 피우지 마십시오. 지금 죽지 않을 정도로만 전기 내보내고 있으니 안 죽습니다. 당신 이름이 뭐라고?”
“나... 나는 드래곤이다.”
전소장의 다리에서 더 강한 전기가 지이이이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소월미도 등대를 뒤덮었다.
“죄송하지만 저희 월미도에서 드래곤으로 불릴 수 있는 분들은 '흑룡', '백룡', '청룡', ‘적룡', '금룡', '녹룡' 분들 뿐입니다.”
소월미도 등대를 휩쓰는 전소장의 전기 속에서 향유고래들은 말표 고무장갑과 말표 고무신 덕분인지 평화롭게 업무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전소장의 다리에서 나가던 전기가 멈추자 서양의 드래곤은 헬리콥터 정거장 바닥에 털썩 주저 않았다. 전소장은 다시 시큰둥한 표정으로 물었다.
“스스로 드래곤이라 주장하시니 세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세개 모두 해당되셔야 드래곤입니다. 먼저, 지금 입 안에 여의주가 있으십니까?”
지친 표정의 드래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날개 없이 하늘을 나실 수 있습니까?”
“나는 하늘을 날 수 있다. 나는 드래곤이니까!”
“월미도의 날치들도 당신처럼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해당되지 않습니다. 날개 없이 날아야 용으로 분류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비와 바람과 물, 천둥번개 중에서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을 다스릴 수 있습니까?”
"나는 불을 다스릴 수 있다. 보거라"
드래곤은 목에 힘을 주고 불을 내보내기 위해 고개를 높이 쳐들었다. 그러자 전소장의 손과 발에서 나온 전기가 다시 소월미도 등대 전체에 흐르기 시작했다.
"그건 다스리는 게 아니라 불을 그냥 무식하게 뿜어대는 겁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보이는 드래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본 전소장은 입도신고서에 “거대한 날도마뱀”이라고 적은 후, 그를 보면서 말했다.
“세 가지 항목 모두 해당되지 않으니 당신은 용이 아닙니다. 그나저나 월미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조용히 있다가 가실 것으로 믿습니다. 만약 분란을 일으키신다면...”
그 순간 전소장의 온 몸에서 전기가 지이이이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를 다시 뒤덮었다.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당신의 이름이 뭐라고요?”
“네네...저... 저는 거대한 날도마뱀입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월미도에서 편하게 쉬시다가 가시기 바랍니다.”
전소장이 서류를 들이밀자 그가 움찔했다.
“네?”
“월미도 입도신고서에 사인하셔야지요.”
“아.. 네. 알겠습니다.”
전소장으로부터 볼펜과 종이를 받은 그는 월미도 입도신고서 아래에 자신의 사인을 D 라고 적으면서 곁눈질로 전소장을 바라봤다. 전소장은 불편한 기색으로 목을 가다듬었다. 손에서는 빠지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흐음....사인이 대문자 D 로 시작할리가 없을 텐데? 소문자 g 로 시작되는 이름 아닌가?“
그는 한숨을 길게 쉰 후, D 자를 지우고 giant flying lizard (거대한 날도마뱀) 이라고 적기 시작했다.
이후 월미도에 적응하는 우리의 드래곤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아래의 월미수산 아쿠아리움 (드래곤편)을 찾아주세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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