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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Nov 07. 2024

지은샘의 고민

[소설] 월미수산 아쿠아리움-#22

문 선생이 멋진 요트를 타고 올피와 함께 노르웨이 해협으로 떠난 지 1주일이 지난, 그다음 주 금요일이었다. 11시 50분이 되자 지은은 곰소장의 방문을 두드린 후, 꾸벅 인사하며 말했다.    

 

"소장님, 그럼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어 그래요. 다음 주에 봐요. 주말 잘 보내고."     


곰소장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은을 바라봤다. 지은은 방을 나가지 않은 채 잠시 머뭇거리다가 곰소장을 보면서 말했다.      


"소장님, 제가... 많이... 부족한가 봐요."

"무슨 소리! 그런 말 하지 마, 우리가 어떻게든 방법을 알아볼 테니까. 아무 걱정 말고 주말 푹 쉬라고, 알았지? 응? 우리 기술팀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올 거야. 다른 생각 절대 하지 말고. 응? 응?"

"네....."


힘 없이 뒤돌아선 지은에게 곰소장이 책상 위에 있던 문선생의 동물용 청진기를 집어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아참, 지은샘!"

"네?"

"이거 가지고 가. 문 선생이 자기 준 거잖아. 이제 지은 샘 거야. 항상 가지고 다니라구. 우리 월미 아쿠아리움 가족들의 건강이 지은 선생에게 달려 있는데 이걸 놓고 다니면 쓰나?"

"네......"


곰소장으로부터 문 선생의 동물용 청진기를 받은 후, 월미수산 아쿠아리움을 나온 지은은 터벅터벅 월미호텔 방향으로 걸어갔다. 호텔 앞에 있는 작은 벤치에 앉은 후,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문 선생의 전화번호를 보면서 한참 동안 망설였다. 지은의 손에 있는 스마트폰에 강아지 올피와 요트를 타고 행복한 표정으로 찍은 문 선생의 사진이 보였다.     



"문 선생님 가신 지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내가 일을 못하겠다고 하면 실망이 크시겠지?"


지은은 한숨을 푹 쉬고는 일주일 전의 그날을 생각했다.


***     


갑부장은 지은과 범사원을 향해 자신이 서 있는 거대한 파이프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갑부장의 손은 파이프 안을 향하고 있었다. 긴장으로 침을 크게 삼킨 지은은 옆에 나란히 서있는 범사원을 바라봤다. 범사원은 믿음직한 얼굴로 지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은 고개를 끄덕인 후, 범사원과 함께 갑부장을 따라 거대한 파이프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우당탕탕탕          


익숙한 소리와 함께, 자기를 빼고 순식간에 모두 사라진 것을 본 지은은 당황했다. 잠시 후,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갑부장과 범사원이 파이프의 깊은 곳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갑부장과 범사원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어? 부장님, 지은샘은 왜 안되는 거죠?"

"그러게. 월미수산 정직원으로 등록도 했는데, 왜 이러지? 일단 기술팀 불러서 알아봐야겠다."


갑부장은 전화를 들더니 어디론가 급히 전화했다.      


"동생, 난데, 지금 급한 일이 좀 생겼어. 응, 지금 이쪽으로 좀 빨리 와 줘, 그래 여기 파이프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전화를 끊은 갑부장은 지은샘을 보면서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기술팀에서 바로 와서 해결해 준다고 하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어 저기 오네요. 여기야!"     


저 멀리서 용궁제과 공장장인 기부장이 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작고 다부진 체격의 그는 급하게 뛰어오느라 얼굴이 온통 땀과 기름 범벅이었다.  


"네, 형님, 무슨 일입니까?"

"급하게 불러서 미안해, 워낙 긴급사항이라서 말이야. 여기 우리 문 선생님 대신에 새롭게 우리 월미 아쿠아리움 수의사를 맡으신 지은선생이야. 지은샘, 여기는 우리 월미수산의 모든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기 부장이야. 인사해."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새롭게 수의사로 근무하게 된 지은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지은은 기부장을 보면서 90도로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했다. 기부장은 지은을 본 후 화들짝 놀라면서 갑부장에게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말했다. 둘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조용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형님, 혹시 새로 오신 수의사분 혹시 인간 ?"

"맞아. 왜 문제 있나?"

"당연히 문제 있죠. 저희 기계가 인간은 인식 못합니다."

"뭐라고?"

"아무 인간을 다 변하게 만들면 그게 더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처음 개발할 때 그렇게 개발하라고 위에서 지시 내려온 거고요."

"아, 그랬나? 워낙 오래전 이야기라서 나는 가물가물하네. 아이 참 어떡하지? 방법이 아예 없을까?"

"하나 있긴 한데 불가능할 겁니다."

"뭔데?"

"제가 알기로는 지은샘을 우리처럼 기계가 인식을 하기 위해서는 그게 필요합니다."      


기부장은 갑부장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갑부장은 화들짝 놀라면서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뭐? 장난해? 그걸 여기서 어떻게 구해?"

"저야 모르죠. 어쨌거나 지금은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럼 저 먼저 갑니다. 지은 선생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뵙겠습니다."


기부장은 월미 바다열차 방향으로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갑부장은 지은을 보면서 웃으면서 말했다.     


"아, 지은샘. 오늘은 일단 갑자기 저희 인사팀에 급한 일이 생겨서 다음 주에 다시 만나서 근로계약서를 쓰는 걸로 하시죠. 범사원, 지은샘 잘 모셔다 드리고. 그럼 나 먼저 간다."      

"네, 부장님 들어가세요."


파이프 안으로 다시 들어가면서 갑부장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천년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 하는 흑룡이 된 이무기나 백룡이 된 산갈치의 마지막 허물을 어디서 구해. 월미 재래시장에서 파는 것도 아니고, 흑룡이나 백룡이 월미도에 오는지도 모르겠네, 아이 참. 이거 큰일이네."      



***


그날 이후, 문 선생의 청진기도 더 이상 동물의 말을 번역해 주지 않았다.


아무리 범고래와 돌고래의 머리에 청진기를 갖다 대도 청진기로는 동물의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저 멀리서 청상아리 청팀장도 이런 지은이 걱정되었는지, 지은의 옆으로 와서 배를 뒤집으며 자기를 진찰해 달라고 이야기했으나, 이런 청팀장의 걱정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지 지은은 힘 없이 청상아리 수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런 지은을 멀리서 갑부장, 곰소장, 범사원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      


그때 호텔 앞에 있는 작은 벤치에 앉은 지은의 눈에 바닷가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는 한 작은 아이가 보였다. 마치 바닷속으로 빠질 것만 같은 아이의 위태한 행동에 깜짝 놀란 지은은 아이에게 달려가면서 소리쳤다.


“애야, 거기 위험해. 그나저나 이 시간에 잠옷을 입은 남자애가 여기에 왜 있는 거지?”


달려가서 보니 아이의 은빛 옷은 이미 모두 젖은 상태였다. 차가운 바닷바람 때문에 아이는 추운지 말도 못 하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지은은 아이에게 물었다.      


"애, 너 어디서 왔니?"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지은을 바라보면서 떨고 있었다.      


"안 되겠다. 일단 내 옷이라도 좀 걸치고 경찰서에 가자."


지은은 자신이 입은 스웨터와 잠바를 벗은 후, 아이의 젖은 웃옷을 벗기고 입고 있던 흰색 스웨터와 주황색 잠바를 걸쳐줬다. 아이는 월미호텔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너, 호텔에서 왔니? 엄마 아빠 호텔에 계셔?"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은은 아이의 은빛 잠옷을 접어서 자신의 가방에 넣은 후, 아이의 손을 잡고 월미호텔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배고프면 누나가 붕어빵 사줄까? 요기 붕어빵 맛있어."

"네. 저 붕어빵 좋아해요."

"어머, 너 말할 줄 알면서 말 안 했구나? 내 이름은 지은이야, 만나서 반가워. 이름이 뭐야?"

"도어요. 아까 너무 추워서 말이 안 나왔어요. 지금은 옷 갈아입어서 따듯해요."

"도어? 너 이름이 특이하구나. 성은?"

"산이요."

"산도어? 어머, 너 중국에서 왔구나? 반가워. 엄마아빠랑 월미호텔에 왔어?"

"할머니랑 왔어요."

"그렇구나, 할머니 손자 기다리시겠다. 얼른 가자."      


지은은 아이의 손을 붙잡고 월미호텔 가는 방향에 있는 작은 붕어빵 노점상으로 향했다. 붕어빵 가게는 작은 다마스 트럭 위에서 활기찬 젊은 여성이 하는 노점상이었는데, 트럭 위에 걸려 있는 [붕사장네 붕어빵]이라는 이름이 보였다.


"어서 오세요."

"저희 붕어빵 두 개요."

"무슨 맛으로 드릴까요?"

"팥 맛 하나랑..음..도어는 머 먹을래? 여기 팥도 맛있고 슈크림도 맛있어."


아이는 배시시 웃으면서 지은을 보면서 말했다. 


"붕어빵은 당연히 팥이죠."

"어머, 너 좀 먹을 줄 아는구나? 여기 팥맛 두 개요."


잠시 후, 붕어빵 하나씩을 사들고 지은과 아이는 월미호텔 메인 출입구로 들어갔다.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은은 두리번거리다가 아이에게 물었다.



"로비에 아무도 없네? 도어야, 너 할머니 방이 어딘지 알아?"     


붕어빵을 크게 한 입 베어 먹은 아이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월미호텔 깊숙한 곳에 위치한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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