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월미수산 아쿠아리움-#23
같은 시각
교어남 매니저와 모든 호텔 직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월미호텔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월미철물점 근처까지 뛰어간 교어남은 막 문을 닫고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퇴근을 하는 철물점 백사장을 발견했다. 백사장은 우당탕탕 시동을 걸고 "할라라라라라라라 할리라예~"하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교어남 매니저는 급히 뛰어가 백사장 앞을 가로막으면서 숨을 몰아쉬면서 이야기했다.
"헉헉.. 죄송한데 형님, 혹시 은빛 잠옷 입고 있는 아이 못 보셨습니까?"
"오, 우리 동생. 여긴 어쩐 일? 웬 땀을 그리 흘리고 있어? 아이? 못 봤는데? 왜 누구길래?"
"헉헉..... 마담산 여사님의 손자입니다. 분명히 호텔에 있었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습니다."
"뭐라고? 마담산 여사님이라면 곧 백룡이 되실 유명한 분 아냐?"
"맞습니다. 저 좀 도와주십시오, 형님,"
"당연히 도와야지. 기다려봐."
백사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어, 동생. 난데. 동생 도움이 필요하다. 급하다."
***
잠시 후
월미도 곳곳에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귀가 찢어질듯한 사이렌 소리에 이어서, 익숙한 목소리가 월미도 내에 울려 퍼졌다.
월미수산 직원 여러분! 여기는 월미수산 아쿠아리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입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아직 월미도에 계시는 모든 월미수산 직원분들께서는 즉시 주의를 살피시어 은색 잠옷을 입은 '산도어'라는 아이가 있는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를 찾으시면 즉시 월미도 민방위 자치대를 맡고 있는 철물점 백사장 혹은 월미호텔 교어남 매니저에게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아직 월미도에 계시는 모든 월미수산 직원분들께서는.....
펭 부장의 목소리가 나오자마자, 월미도 곳곳에 살고 있는 모든 월미수산 직원들과 사장님들이 우르르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중에는 저 멀리서 날개를 펴고 공중에서 월미도를 돌아보는 날치 날소장과 카페 영업을 팽개치고 뛰어나온 벨루가 벨사장, 색상유지 약도 못 챙겨 먹은 채 칙칙한 모습으로 변한 비양, 그리고 퇴근 후 집에서 복싱을 연습하던 멘소장, 소월미도 등대에서 같이 바둑을 두다가 방송을 듣고 뛰어나온 전소장과 곰소장, 은빛정장의 은갈치 아파트 관리소장도 보였다. 투구게 투사장과 불가사리 불원장은 물론 달사장과 피사장, 덩치가 큰 월미슈퍼 고래상어 고사장도 뛰쳐 나와 각자 자신들의 가게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월미호텔 인근 공터에서 붕어빵을 팔던 붕사장님은 방송을 듣고 가만히 생각한 후, 손뼉을 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
월미도가 비상상황으로 난리가 난 그 시각,
도어라는 아이는 익숙하게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누르더니 지은을 보면서 말했다.
"이거 타고 가면 돼요."
"그래? 할머니 몇 층에 계시는데?"
"어? 그건 모르는데?"
"몇 층인지 모른다고? 그러면 방에 어떻게 찾아가는데?"
"제가 엘리베이터에 타서 말하면 자동으로 알아서 가요."
"와 정말? 월미호텔이 겉으로 보기에는 낡아 보이는데, 음성인식 시설이 장난 아니구나."
띠링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아이는 지은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 지은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위를 바라봤다. 엘리베이터 천장에는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은빛 용 조각이 보였다. 지은은 도어를 보면서 말했다.
"여기서 뭐라고 말하는데?"
아이는 천장을 보더니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할머니가 있는 층이요."
그 순간 은빛 용 조각이 아이를 향해 윙크를 하면서 바리톤 같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승인합니다. 단, 지금 같이 계시는 분은 감압실에서 먼저 적응을 해야 하는 관계로 감압실로 먼저 이동 후, VIP님과 교어남 매니저님께는 그쪽으로 모두 오시라고 지금 전하겠습니다. 월미수산 아쿠아리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에도 상황해제 연락을 하겠습니다.
갑자기 들린 저음의 목소리를 들은 지은은 깜짝 놀라면서 아이를 보면서 말했다.
"와. 진짜구나. 목소리 만으로도 자동으로 알아서 가는구나. 월미호텔 대박."
띠링.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지하 10층에 도착하자 넓은 방이 보였다. 넓은 방 한쪽 유리 벽면에는 커다란 수족관과 같은 수많은 물고기들이 보였다. 바리톤 같은 낮은 목소리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이곳 감압실에서 편하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우와. 여기 장난 아니다. 우리 월미 아쿠아리움보다 여기가 훨씬 더 좋은 거 같아."
지은은 감탄하면서 산도어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내린 후, 수많은 물고기가 있는 유리벽으로 다가갔다. 지은이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감탄하면서 물고기들을 보고 있는데 다른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띠링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백발의 할머니가 아이를 향해 뛰어오면서 말했다.
"아이구, 내 새끼. 어디 갔었어. 할미가 게임하느라 신경 못써서 미안해."
"할머니!"
아이는 지은의 손을 놓고 뛰어가서 할머니의 품에 안겼다. 할머니는 한참을 아이를 안고 다독인 후, 일어나서 지은을 보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
지이이이잉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월미도를 뒤지던 교어남 매니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끊은 교어남 매니저는 환한 표정으로 호텔 방향으로 뛰어갔다.
잠시 후, 월미도 곳곳에 다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월미수산 직원 여러분! 여기는 월미수산 아쿠아리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입니다. 현재 시각, 비상상황 해제를 안내합니다. 월미수산 여러분들이 애써 주신 덕분에 아이를 무사히 찾았습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아이를 무사히 찾았습니다. 내일 백룡이 되시는 마담산 여사님께서 애써 주신 월미수산과 월미도민 여러분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꼭!! 말씀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이상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에서 알려드렸습니다.
방송을 들는 모든 월미수산 직원들과 사장님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벨사장, 비양, 멘소장, 전소장, 곰소장, 은소장, 투사장과 불원장, 달사장과 피사장, 고사장도 모두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환호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손님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봉고트럭에서 붕어빵을 팔던 붕사장님도 손뼉을 치면서 환호했다.
"이럴 때는 이게 필요하지."
하늘을 날고 있던 날소장은 환하게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폭죽을 꺼내 공중으로 쏘기 시작했다.
월미도 하늘 곳곳에 날치 날소장이 쏘아 올린 멋진 폭죽들이 터지고 있었다.
***
다음 날,
지은이 출근한 월미 아쿠아리움으로 할머니와 산도어가 손을 잡고 곰소장의 방을 찾아왔다. 방문이 열리자마자 아이가 반갑게 지은에게 달려가 손을 잡았다. 할머니의 뒤에는 수행원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우르르 서 있었는데, 그중에 월미수산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기부장과 월미호텔 교어남 매니저도 보였다. 기부장과 교어남 매니저를 빼고는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은빛 양복을 입고 더 반짝거리는 은빛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지은과 같이 쌍화차를 먹고 있던 곰소장은 할머니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하면서 크게 말했다.
"감축드립니다, 백룡 여사님."
"감축은 무슨, 늙은이가 그냥 오래 산 거지."
곰소장이 절을 하자 지은은 깜짝 놀라면서 할머니를 보면서 말했다.
"백룡.... 이요?"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중요한 건 이거지."
할머니는 뒤에 서 있는 수행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행원은 가방을 열고는 소중하게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할머니가 손을 들어 펼치자 마치 빛나는 비단 같은 얇고 커다란 스카프가 펼쳐졌다. 마치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린 것처럼 스카프가 반짝거렸다. 할머니가 스카프를 활짝 핀 후 지은에게 입혀주니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곰소장은 깜짝 놀라면서 할머니를 보면서 말했다.
"이.. 이것은... 백룡 여사님께서 입으셨던 마지막 옷 아닙니까? 이 귀중한 걸...."
"내 목숨보다 귀한 손자를 무사히 찾아 주었는데, 이 정도는 내가 보상해 줘야지. 안 그래?"
할머니가 다시 한번 수행원에게 손을 내밀자 수행원은 이번에는 목걸이 하나를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목걸이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세모난 모양의 보석들이 달려 있었다. 할머니는 목걸이를 지은의 목에 걸어주면서 말했다.
"월미도에서 이 목걸이와 스카프를 꼭 차고 다닐 수 있겠지?"
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곰소장은 기부장의 옆으로 스윽 오더니 귓속말로 물었다.
"기부장, 저 스카프는 대충 짐작이 되는데, 목걸이의 세모난 보석 같은 거는 뭘로 만든 거야?"
기부장은 씩 웃으면서 곰소장의 귀에 대고 말했다.
"저 스카프는 은룡이 되신 산갈치 누님의 마지막 허물로 만든 거고. 목걸이는 이빨로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허물이 벗겨지고 용이 될 때는 이빨도 새로 나오거든요. 산갈치 누님의 수많은 이빨 중에서 온전한 게 36개가 남았더라구요. 산갈치 누님의 온전한 36개 이빨로 만든 목걸이의 특별한 용도는...."
이 때 백룡 여사가 기부장을 불렀다.
"이야기 중 미안한데 기부장, 잠시만."
"형님, 암튼, 이제 저 귀한 스카프와 목걸이가 있으니 우리 기계가 지은양을 월미수산 직원으로 제대로 인식을 할 겁니다. 네, 갑니다. 백룡 여사님"
목걸이를 걸어준 할머니는 기부장을 불러 무언가 이야기를 한 후, 옆에 서 있던 월미호텔 교어남 매니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교어남 매니저가 지은의 앞으로 성큼 걸어왔다. 그리고는 양복 윗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 하나를 꺼내 지은에게 주면서 말했다. 봉투에는 VIP 라고 커다란 글씨가 씌여져 있었다.
저희 월미호텔에서 지은선생님에게 드리는 작은 선물입니다. 저희 월미호텔의 다양한 모든 방을 1박씩 사용하실 수 있는 VIP 숙박권입니다. 저희 방이 200 객실이니 총 200장입니다. 아.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희 호텔의 모든 음식과 음료 포함입니다. 언제든 편하게 방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시간 뒤,
빛나는 스카프를 목에 두른 지은은 범사원, 갑부장과 함께 거대한 파이프가 있는 월미수산의 방으로 들어갔다. 갑부장은 지은을 보면서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드디어 저희 [월미수산] 인사팀으로 가서 자세한 사항을 말씀 나눌 수 있겠군요. 이쪽으로 오세요.”
갑부장은 파이프 안으로 들어가면서 지은에게 손짓했다. 지은은 옆에 나란히 서있는 범사원과 함께 갑부장을 따라 거대한 파이프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월미수산 아쿠아리움 - (민방위훈련 에피소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