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왕과 이상한 음식들...'경종 암살설'

[암살의 역사 5] 당쟁과 반전, 의문사 전말

by 최경식
다운로드 (1).jpg 조선 제20대 왕 경종의 어진. 경종은 극적 반전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연잉군이 올린 이상한 음식들을 먹은 후 사망했다.

#. 아래 내용은 2024년 4월에 출간된 '암살의 역사' 서두 부분.


"약방에서 입진(入診)하고. 여러 의원이 임금에게 게장을 진어하고 이어서 생감을 진어한 것은 의가(醫家)에서 매우 꺼려하는 것이라 하여, 두시탕 및 곽향정기산을 진어하도록 청하였다." -경종실록 中


조선은 '당쟁'의 국가였다. 이는 조선 중 후기에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당파 간의 대립을 의미한다. 선조 때 요직인 이조전랑 자리를 두고 당파 간 대립이 초래된 이래, 지속적으로 당쟁이 발생했다. 당쟁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었다. 당파끼리 합리적 경쟁을 통해 정치 발전과 민생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당파 간 대립이 격화돼 심각한 권력투쟁 양상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었다. 서로를 죽고 죽이는 '살육'도 동반됐다. 이러한 부정적인 모습은 '숙종' 시대에 뚜렷이 나타났다.


본편에서 다룰 '경종'은 당쟁의 폐해를 고스란히 겪은 왕이었다. 당시 주류 세력인 '노론'은 반대편에 있는 당파를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무시했다. 경종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권력을 향한 노론의 폭주로 왕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특정 당파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아마도 초기의 경종은 당쟁의 폐해로 인해 조선 역사상 가장 미약한 군주였을 것이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을 갖춘 군주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 각성한 경종은 상대편이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거대한 반격을 단행했다. 조정의 권력 구도가 일순간 뒤바뀌었다. 기세등등했던 노론은 몰락했고 경종은 군왕다운 면모를 갖췄다. 일련의 모습들은 다른 사건들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비로소 정상 궤도에 진입한 경종의 앞날은 밝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경종이 대비전과 왕세제 '연잉군'이 잇따라 올린 '이상한 음식들'을 먹은 뒤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은 노론의 지지를 받고 있었고, 사실상 경종의 정적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연잉군과 그가 올린 음식들에 '경종 암살설' 혐의점이 덧씌워졌다. 암살이라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일부러 부적절한 음식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영조는 죽을 때까지 여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암살의 진위 여부를 떠나 극심한 콤플렉스를 느끼며 괴로워했다. 경종 암살설에 따른 부정적 파급 효과는 반란과 '사도세자' 사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그만큼 이것이 조선 후기에 미친 영향은 상당한 것이었다. '당쟁의 소용돌이를 극복한 반전의 왕', 경종의 정치와 암살 의혹 전말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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