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의 역사 20] 중동 평화 거목의 기묘한 죽음 전말
#. 아래 내용은 2024년 4월에 출간된 '암살의 역사' 서두 부분.
"이들이 탑승한 트럭은 지나가지 않고 사다트가 있는 사열대 앞에 정차했다. 곧이어 이슬람불리 등이 트럭에서 하차한 뒤 사다트를 쳐다봤다. 그들의 손에는 칼라니쉬코프 소총이 들려있었다. 이때 국방부 장관인 아부 가잘라가 수상함을 감지, 사다트를 이동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슬람불리가 경례를 하자 사다트도 안심하면서 맞경례를 하려고 일어섰다. 바로 그 순간, 이슬람불리 등이 '파라오에게 죽음을 안겨라'라고 외치며 사다트를 향해 수류탄을 투척하고 소총을 발사했다."
전 세계에서 분쟁과 갈등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중동'이다. 과거 유럽과 발칸 반도가 그랬던 것처럼 일종의 '화약고'와 같은 곳이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 대규모 전쟁이 발발했었고 현재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쟁의 기저에는 종교, 영토, 민족, 정치 등 다양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다만 중동의 역사가 분쟁으로만 점철된 것은 아니다. '평화'를 위한 노력도 존재했다. 전향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인물이 출현해 중동 지역을 분쟁 일변도에서 벗어나게 하려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이집트의 '안와르 사다트'다. 그는 당초 이스라엘을 겨냥한 전쟁을 주도했지만, 그것이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감하게 노선을 전환해 평화의 길로 나아갔다. 이에 '캠프 데이비드 협정'과 같은 역사적 결실이 도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대한 개혁에는 반드시 반발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아랍 국가들은 사다트의 행보에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아랍의 전쟁 영웅을 순식간에 배신자로 낙인찍으며 소외시켰다.
사다트는 평화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 나가려 했다. 그것만이 국가와 아랍 전체가 사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를 기다린 것은 비극적인 최후였다. 사다트는 이슬람주의 과격파에게 암살당했다. 국가 행사장에서 벌어진 기묘한 암살 장면은 전 세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비록 사다트의 부정적 측면도 존재하지만, 그가 화약고와 같은 중동에서 평화를 수놓는 작업을 처음 시도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그 평화의 초석이 두고두고 회자됨으로써, 중동의 미래에 밝은 이정표로 기능하는 것도 특별하다. '중동 평화의 거목', 사다트의 평화 노선과 암살 전말을 되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