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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식 Jun 25. 2024

조선의 헌정질서를 뒤흔들다...'계유정난'

[정변의 역사-확장판 10] 왕조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버린 사건

세조 어진 초본. 세종의 둘째 아들인 수양대군은 계유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찬탈했다.

#. 아래 내용은 6월에 출간된 '정변의 역사-확장판' 하이라이트 부분.


수양대군 "대감의 얼굴을 보면 일흔까지 장수할 상인데. 올해 춘추가 어찌 돼요?"

김종서 "올해 일흔입니다."

수양대군 "제가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김종서 "어떤 소원입니까?"

수양대군 "왕이 되는 것이오."

김종서 "네 이놈, 네 무슨 수작이냐!" -영화 '관상' 中


... 하지만 문종은 오래 살지 못했다. 왕위에 오른 지 불과 2년 만인 1452년 5월에 세상을 떠났다. 성군으로 칭송을 받았던 아버지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아버지를 능가할 수도 있었던 전도유망한 왕이 죽자 조정 신료들과 백성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실록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다. "여러 신하들이 모두 통곡하여 목이 쉬니. 소리가 궁궐에 진동해 스스로 그치지 못하였으며 거리의 소민들도 슬퍼서 울부짖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사왕(단종)이 나이가 어려서 사람들이 믿을 곳이 없었으니, 신민의 슬퍼함이 세종의 상사보다도 더하였다."


... 문종의 죽음과 단종의 즉위를 계기로 조정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세종이 일궜던 태평성대는 서서히 사라져 갔고 다시금 불길한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 당초 수양대군은 왕위를 꿈꿀 수도 없는 위치에 있었다. 친형인 문종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수양대군은 상대적으로 가려진 존재였었다. 단종이 즉위한 이후엔 고명대신파 및 다른 형제들의 견제가 심화됐다. 더욱이 왕조 국가에서 왕의 형제들은 반드시 숨죽이고 살아야만 하는 비운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수양대군은 단종 즉위 직후부터 왕권을 향한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 수양대군이 방문하자 김종서와 그의 아들 김승규가 직접 맞이했다. 김종서와 정면으로 마주한 수양대군은 집 안으로 들어가자는 권유를 뿌리치고 대뜸 "사모(紗帽)의 각이 떨어졌으니 좌상의 것을 빌릴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다. 이는 김종서 부자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김종서가 아들에게 새로운 사모를 가져오라고 했다. 이후 수양대군은 간청이 있다면서 김종서에게 편지 한 통을 건넸다. 한밤중이어서 편지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김종서는 달빛에 편지를 비춰봤다. 김종서의 모든 신경이 편지에 집중돼 있던 그 순간, 임어을운이 재빠르게 철퇴를 빼들고 달려들어 김종서의 머리를 내리쳤다. 미처 반격할 틈을 갖지 못한 채, 세종 시절 천하를 호령했던 '백두산 호랑이' 김종서가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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