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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Feb 07. 2022

낮은 곳의 비애에서 희망의 출구를 꿈꿨다.

오선영의 <호텔 해운대>를 읽고

       


오선영의 <호텔 해운대>는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삶 속을 예리하고도 평범한 일상을 표현했다. 표현했다는 것보다는 막 사회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회초년생들이 부딪히는 각각의 우리 현실을 심도 있게 녹아들였다. 비정규직, 실업, 부동산, 여성주의, 지역차별 등은 우리가 살아가는 화두이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만 여전히 그 피로감은 크다.    

서울과 지방이라는 격차는 뿌리 깊은 한국 사회의 현실과 선입견을 글 속에 꼬집어 냈다. 나도 그중에 한 명이다. 지방이라는 곳이, 직장에서의 차별에서부터 짧고 굵은 맹목적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굿굿하게 살아가고 것은 내일의 조그마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집에는 단편 7편이 실렸다. 현실이란 무게의 공허감과 미온의 열정이 남아있는 지방도시 부산을 살아가는 젊은이의 삶과 비애가 왠지 우리의 삶을 잘 대변하고 있으면서 그 쓸쓸함과 심적 고통으로 가슴이 저려온다.        

“구멍이 블랙홀처럼 걱정과 슬픔, 불안과 공포를 빨아들여주기를 바랐다. 할 수만 있다면 구멍 안으로 끝이 없는 막막함과 절망감을 다 밀어 넣고 싶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은 어쩌면 나 자신이겠다. 인 서울과 지방의 차별에서 때론 지방에서의 직장생활은 그저 평범해 보이지만 한편으로 무심히 지나는 가는 막막함의 일상의 감정을 들여냈다. 그 막막함과 절망감은 나를 비치는 거울이다. 우리는 물컹거리는 어떤 감정들을 깨워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너희들에게 출구가 보이도록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상 위에 올려진 오래된 원고를, 누군가가 쓴 자신의 전부를, 흰 바람벽 속에 앉아 있는 현정 선배를 차마 두고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올해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아주 평범한 삶이 지탱될 수 있도록, 낮은 곳부터 꿈꿀 수 있도록 출구의 희망 씨앗을 심어주었으면 좋겠다. 풍경과 햇빛, 공기가 삶의 농도를 생생하게 열어주는 것들이 우리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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