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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Feb 12. 2023

산에서 만난 사람

눈을 볼 수 없던 남부지방에도 눈이 내렸다. 많지는 않았지만 눈으로 보아도 될 만큼 잠깐의 눈구경은 좋았다.

녹지 않은 산의 정상 부분은 그야말로 히말리아를 보는 듯 오늘따라 새롭다. 그 산을 오르기 위해 떠났다.

논어의 옹야편에 나오는 '지자요수(智者樂水), 인자요산( 仁者樂山)'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의미다.


나는 어진사람인가? 어진사람이 아니라 어리석은 사람이다. 나에게 어질게 하지만 타인에게 어질게 하지 못하는 심성이 있다. 산을 좋아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산이 저기에 있어 가야만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산을 좋아했고 여유가 있는 지금에 와서 산은 일상이 되었던 것 같다.

입춘이 지난 후 산을 올랐다. 아니 그전에도 동네 산을 오르고 올랐다. 작은 산에도 나름의 멋이 있고 풍경이 있고 스친 사람들이 많다. 겨울산은 또 다른 풍경을 만든다. 녹지 않는 눈과 포근한 낙엽더미, 나무의 살결들은 부드럽게 감쌌다.

산을 오르는 것은 천천히 걸으면 생각들의 잡념이 없어지고 오로지 걷는 곳에 집중하면서 주변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만의 보폭으로 느리게 걷는 사람, 빠른 보폭으로 가는 사람, 타인을 맞추어 가는 사람 등 여러 종류의 등산인이 있다. 맞춰가는 것보다 함께 밀고 당기고 하는 작은 실랑이도 때론 힘을 주기도 마음이 전달되기도 한다.


                                               

오솔길은 처음부터 동물들이 살아가는 길일 것이다. 인간은 단지 그 길을 잠시 빌리는 이방인임에 불과하다


오르고 오르다 보면 등산객을 위한 작은 쉼터는 풍경도 보고 타인을 만나는 계기도 되었다. "막걸리 한 잔 하세요" 막걸리 한 잔에 고향부터 직장, 소소한 이야기가 나오고 때론 인연이 되기도 한다. 공통의 이야깃거리는 재미도 있거니와 공감을 주기도 한다.

산에서 만난 사람은 어질기보다는 그저 산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한다. 풍경을 볼 때나 산을 오를 때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기쁨이 되었다.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조그만 데 있다는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그 삶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타인에게 위로를 받는다.

내려오는 산과 정상의 산은 다르다. 정상에서의 오롯한 만끽의 기쁨은 오래 남는다. 내려오는 길은 또 다른 것과 걸음이 한결 가볍다는 것. 우리의 생애가 다 그러하듯이 오르막이 있으며 내리막이 있다. 사워를 하고 마시는 맥주는 오늘의 포만감보다 또 해냈다는 작은 위로를 삼았다. 산이 준 선물은 글이 되고 또 다른 인연의 시작을 예견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산을 좋아하고 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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