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는 자체만이라도 알 듯이 책은 우리의 삶에 중요하다. 책이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읽지 않는 시대에 책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설명하여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대학에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라는 말이 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나 관심이 없으면 어떤 일을 하든 참된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는 1999년 ‘Invisible Gorilla(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에게 흰옷과 검은 옷을 입은 팀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1분짜리 영상을 보여주고 흰옷 팀의 패스 횟수만 세라고 했다. 영상에는 고릴라 옷을 입은 여학생이 9초간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와 카메라를 향해 가슴을 두드리는 장면이 있었다. 그러나 참가자 절반은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 인간에겐 자신의 기대와 일치하는 것, 즉 보고 싶은 것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선택적 인지’를 입증한 대표적인 실험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도 이 현상을 나타내는 말로 생각할 수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거나 근거 없는 자신감에 휘둘리는 일상의 착각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독서도 그런 의미에서 읽지 않아도 삶의 아무런 문제가 없는 착각에서 오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 발견의 시작이다. 보고 싶은 곳만 보는 것이 아니라 책이 가진 능동적인 사고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할 때이다. 책을 읽으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이치만큼이나 내가 나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책 속의 인물이나 내용을 통해 나 자신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중요한 독서의 자세다.
아직도 책 읽기에 망설이는 비독자에게 보이는 곳에만 쫓지 말고 읽는 습관이 나 자신을 행복에 이르게 하며 삶을 살찌운다. 당장 결과가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의 사고의 힘은 언제 어디에서나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우선 말과 글이 자기 자신의 삶으로 들어올 수 있고 삶이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는 경험을 한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불편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눈이 필요하다. 독서도 불편한 고민, 즉 왜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찾을 수 있다. 당장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착각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눈앞에는 있는 곳을 쫓아가지만 독서는 다르다. 독서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책을 손에 놓지 않는다면 책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결국 삶의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고 깨어있는 우리의 일상을 편견 없이 넓은 사고로 펼쳐볼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독서의 힘은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읽다가 포기하는 독자가 많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는 독자는 독서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
독서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암시를 준다. 깨닫지 못했던 시기를 벗어나 독서의 의미를 소유할 수 있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짧거나 길게 독서의 결과는 다르지만 중요한 암시를 준다는 그 자체에 독서가 가지는 의미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처럼 보이는 것만이 느끼지 말고 그 내면의 힘을 들어다 볼 수 있도록 읽는 과정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답게 살아가는’ 근본적인 독서의 힘을 배울 수 있다.
이현주의 <읽는 삶, 만드는 삶>에서 "책을 읽는다고 유능하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지는 못한다. 모두 자기만큼의 사람이 될 뿐이다."라고 글을 남겼다. 자기만큼의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 또한 우리가 더 깊게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