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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쉼이 공존하는 ‘고성 책둠벙 도서관’

by 강상도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책 향기가 풍기는 좋은 계절이다. 창밖의 가을 풍경이 한 폭의 멋진 시가 되고 소설이 되고 문장이 된다. 고성군에 새로운 도서관이 열었다는 소식에 마음이 설레 한걸음에 달려갔다.

잔잔한 내 마음의 호수 같은 고성군은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런 낙후된 고성군에 군민과 함께 지혜를 모아 군민들의 추억이 깃든 옛 공설운동장에 책둠벙 도서관이 지난 9월 12일 개관했다.


도서관과 힐링공원이 마주하고 있어 봄에는 벚꽃이 장관이고, 여름에는 녹음이 짙어 시원하고 가을에는 낙엽들의 일탈이 도서관 주변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이 도서관을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은 바로 ‘주민 모두의 공간’이다. 도서관 이름에도 고성군의 색다른 의미를 담아 지었다.

둠벙은 ‘웅덩이’의 사투리로 농사에 부족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 물을 저장했다. 조상의 지혜가 담긴 둠벙은 사람은 물론 동식물에도 생명의 시작이며 편안한 쉼터 역할을 했다는 의미에서 지어 친근하고 지역의 정서와 부합되어 도서관의 가치를 높였다.

지난 9월 12일에 개관한 고성 책둠벙 도서관.JPG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닌, 모두가 함께 운영하고 가꾸는 복합문화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특히 ‘어린이 사서’을 위촉해 도서 정리, 도서 추천, 어린이 이용자 안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능동적으로 도서관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장서량은 약 1만 5000권이다. 공간마다 특색 있는 이름을 붙여 이용자 편의와 친밀함을 담아냈다.


1층에는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사서의 사랑방’, 북카페 ‘맛있는 둠벙’, 아동도서 열람 및 대출 공간인 ‘상상둠벙’, 영유아 돌봄을 위한 ‘새싹둠벙’, 수유실 ‘맘마둠벙’, 직원 전용 ‘자료준비방’, 일반 독서공간 ‘모두의 둠벙’이 자리 잡고 있다.

2층에는 일반도서 공간 ‘지혜둠벙’, 강연 및 프로그램 공간 ‘지식둠벙’, 다목적 소통 공간 ‘소통둠벙’이 마련됐다. 무엇보다 도서관 옆 힐링공원이 있어 쉼으로 연결되는 이 도서관만의 매력이 곳곳을 거닐며 힐링하게 만든다. 나무 벤치에 앉아 책 읽는 일상이 그저 행복함으로 그려진다. 산책과 쉼은 머리를 밝게 하고 자연스럽게 ‘책’에서 영감을 얻고 생각의 전환을 꾀할 수 있는 ‘허브’ 같은 장점이 이 도서관이 품은 상징적이다. 철학자 키케로는 “당신이 정원과 서재를 가졌다면,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이제 모든 이용자가 누릴 일만 남았다.


객석이자 서재가 되는 자유로운 공간.JPG


접근성이 좋은 도서관은 입구부터 탁 트인 공간을 만난다. 거대한 계단은 객석이자 서재가 되는 공간으로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따뜻함이 채색된 모두의 무대가 되는 곳이다. 벽에는 볼로냐 라가치상, 칼데콧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브라티슬라바 그림책 비엔날레 등 세계 유명 문학상을 받은 우리 작가의 작품이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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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서가에는 빨간 머리 앤의 책 속 글귀가 인상적이다. “알아낼 것들이 많다는 건 근사하지 않아요? 너무나 흥미로운 세상이에요. 모든 걸 안다면 재미가 반으로 줄지 않겠어요? 그리고 상상할 여지도 없어지겠죠?”

어린이실에는 개성적인 서가와 안전성이 있는 부드러운 소파가 읽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연결하도록 집에 온 듯한 편안하고 따뜻함이 묻어났다. 증강현실(AR) 독서 시스템 ‘AR 핑거스토리’을 도입해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독서와 학습을 더 창의적이고 즐겁게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집 책장을 소개합니다’라는 북큐레이션 서재.JPG


2층 입구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책 소개와 ‘우리 집 책장을 소개합니다’라는 북큐레이션이 마련돼 있다. 10월 25일부터 매주 토요일, 일요일 길 위의 인문학 ‘공룡과 함께 그림책으로 둠벙!’과 인문강좌 프로그램 ‘내 옆에 인문학’, 독서 모임과 강좌 등 다양한 도서관 프로그램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책 속으로 빠져드는 이야기 웅덩이처럼 책의 재미와 감동, 그 안을 채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둠벙 도서관에서 만나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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