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삶 잡아주는 책 속의 지혜

by 강상도

필자는 주말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그동안 쌓인 피로를 푼다. 어르신의 텃밭에는 배추가 알찼고 주택가 골목 속 감나무는 한 폭의 풍경을 담아냈다. 작은 오솔길에는 노란 카펫으로 깔아놓은 듯 걸음걸이가 가볍다. “나무의 줄기는 천천히 그 힘을 모아 땅속 깊은 곳에서 더 단단하게 더 단단하게 굵어간다”라는 말처럼 사람도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더 단단하게 지혜로움이 있어야 한다. 동네 작은 산인 누이산(해발 400m)로 매주 갈 때가 많다. 산에 오르면 부드럽게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이 좋았고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내려온 길에 공공도서관에 들렀다. 시민의 서재인 이곳에는 읽을거리가 많다. 요즘 AI 관련 책이 대세이고 뇌 관련 도서도 인기가 많다. 필자는 박지훈의 독서 에세이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와 류한석의 ‘AI 시대의 질문력,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고명환의 ‘고전이 답했다’ 등 3권을 빌려 왔다. 오는 길에 산책 나온 지인과 인사를 나눴고 외국인도 만났다. 세상은 그렇게 하루하루 돌아간다. 아파트 단지에도 붉은 단풍이 땅에 떨어졌다. 몇 개의 단풍잎을 골라 책 속에 넣었다.

배추전과 막걸리로 점심을 해결하고 빌린 책들을 살펴보았다. 청춘이라는 제목에서 울컥했고 그 문장을 되뇌었다.


주워온 나뭇잎은 한 페이지의 추억을 들어낸다.JPG


“모든 이의 젊은 날엔 자신의 삶에서 반짝였던 장면들이 있기 마련이다. 짝사랑이 그렇듯 청춘도 돌아보면 아름다운 것이 항상 거기 있기는 하다. 그러니 항상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반짝였던 순간들이 그리워질 때 다시 올 수 없는 시절의 외로움을 그 문장에서 달랜다. 짧은 휴일이 다 할 때쯤 셔츠를 다린다. 다림질은 내일을 위한 준비지만 오늘을 정리하는 마음이 크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과정도 정리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 과정은 삶의 의미를 느끼는 과정일 것이다. 스님들은 근심 걱정이 없을까. 이 말은 누구나 한 번쯤 그런 걱정거리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어딘가에 위로가 있고 기댈 곳이 있다는 것이 다행한 일이 아닌가. 가로등의 불빛이 아늑한 것은 따뜻한 정(情)인 온기가 깃들기 때문이다. 일렁이는 세상 속에서 붙잡은 아른거리는 문장을 만나러 가자. 그곳에는 분명 나의 흔들림을 채워줄 스승이 있고 지혜가 숨겨져 있다. 아직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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