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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Feb 27. 2021

어른도 한때는 아이였다


학교도서관에 있으면 1학년 아이들의 질문이 깨나 천연덕스럽다는 것이다. 책을 읽거나 느낀 점을 쓰거나 말할 때 늘 질문을 던졌다.

“느낌이 뭐예요? 생각한다는 것은요? 짧은 책 없나요? 재미있는 책 없나요?”

못하는 아이보다는 잘하는 아이에게 눈이 가고 한마디 더 칭찬이 가는 것은 무엇일까? 못하는 아이라는 것이 아직 가능성이 있는 아이로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어른이 가진 태도이겠다. 1:1로 자세히 알려주면 그래도 마음은 후련하지만, 잘 못 알아들려면 조금 힘들 때가 있다. 그것이 나의 한계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마음은 어른들의 아주 작은 나와 너의 표현이라기보다는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야 한다.


좋은 독서습관과 글쓰기 지도법은 솔직히 없다. 그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먼저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어린이 세계로 알아가야 한다. 독서의 세계 그들의 책 읽는 방법으로 스며드는 법이다. 하지만 독서란 원래 정답이 없으니까요

수많은 독서방법이 나오고 있지만 유일하고 완벽한 왕도가 없어서 누구에게나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이 최고의 무기다. 그 아이 하나하나 성격, 행동, 생각들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나 가독성이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활에 익숙하게 보는 것이다. 그 아이에게 맞는 책을 추천하고 천천히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아주 느리게 찾아가는 과정이 어른이 지녀야 할 자세다.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하다 독서교실에서 어린이 관련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김소영 작가의 책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어린이의 존재를 세심하면서 꼼꼼하게 정성껏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의 결과물을 내어 놓았다.

책의 몰입도가 좋은 것은 어릴 때의 나 자신과 똑같은 행동과 생각이 또렷이 담겨 있기에 어린이의 세계에 나 또한 들어가지만 아직도 알지 못하는 것들이 나를 짓눌리게 한다. 아니, 어린이와 어른이 너무 닮아 있어 비로소 선뜻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게 된다는 반성의 메시지쯤이 되고 말았다.

   

“나는 이제 어린이에게 하는 말을 나에게도 해 준다. 반대로 어린이에게 하지 않을 말은 스스로에게도 하지 않는다. 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래야 나의 말에 조금이라도 힘이 생길 것 같아서다.” “천천히 해”

   

양육서에 없는 일상의 대화는 어린이의 세계로 갔고 어린이를 대하는 시선과 태도, 마음이 결국 우리의 어른 자신이기에 천천히 헤아리는 마음들을 잘 끄집어냈다.

생각지도 못한 행동과 말투와 때론 퉁명스러워 보였지만 내면을 들여다볼수록 그 아이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다.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는 것은 아이를 알아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자세가 자란다는 것에 조금은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어린이가 표현한 것만 듣지 않고, 표현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겠다고. 어린이가 말에 담지 못하는 감정과 분위기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어른이 되겠다고.”    


우리 모두가 통과해온 어린이이면서 어른이다. 꾸밈없는 아이 하나하나 행동과 말투, 실수는 나를 닮아있는 듯하다. 그런 과정들이 배움이며 익히고 자라나는 세계가 담겨있다.

누구나 어린이였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는 ‘어린 왕자’의 문구처럼 어른은 누구나 어린이였다는 사실을. “어른도 한때는 아이였다”   

 

어린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과 눈빛이 글 여기저기 그들의 세계를 섬세하게 이끌어 냈다. 그들의 고유한 자기만의 빛깔을 지적하기보다 유연하게 어른들을 받아들이는 세계는 결국 우리의 세계가 마주하는 출발점이다.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들을 다시 한번 어른다운 삶을 일깨우게 한 순수하고도 여린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단단한 삶으로 곱씹어 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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