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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집짓기2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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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Jun 16. 2023

집의 평면 만들기

설계사무소에서 평면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새 집에 놓을 큰 짐의 사이즈가 필요했다. 우선 우리 집에 가장 덩치가 큰 물건으로는 당구대가 있었다. 남편이 국제식 대대를 놓기 원했는데 사이즈는 가로, 세로 약 1.7m, 3m 정도였고, 당구대 주변으로 1.5m씩의 당구 큐가 움직일 공간이 필요했다. 그에 따라 당구장은 우리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인 10평 정도로 정해졌다. 당구장 옆에 남편의 작은 서재를 마련했는데 프로그래머인 남편이 컴퓨터 모니터 2개와 본체를 놓을 넉넉한 책상을 원해서 가로 2m 정도의 책상공간을 확보했다. 


거실에는 피아노와 소파, TV장의 사이즈를 재서 도면에 배치해 놓았다. 내 취미 악기인 첼로, 아이의 취미 악기인 바이올린을 할 수 있는 합주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싶었지만 그냥 거실 공간에서 하기로 했다. 주방은 11자 형태로 구성해 벽 쪽으로 개수대, 조리대, 화구 공간을, 맞은편에 아일랜드를 놓았다. 식탁은 가로 2m의 커다란 6인용 식탁을 놓기 원했기 때문에 공간을 확보해 놓았다. 주방 옆 작은 다용도실에 냉장고 자리를 확보하고 작은 가전 등을 숨길 공간도 마련했다.


현관에는 신발을 갈아 신을 수 있는 벤치 놓을 공간을 그려놓고, 현관옆에는 신발 수납과 자전거 한 대 정도를 들여놓을 수 있는 현관 창고도 만들었다. 외부에 별도로 조립식 창고를 놓고 싶지 않았고 현관에 수납공간이 넉넉한 것이 유용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른 공간에 우선순위가 밀려 원하는 만큼 넓게 설계할 수 없었고 결국 조립식 창고를 별도로 설치해야 했다.


2층 부부침실은 서로 뒤척이느라 잠을 설치기 싫어서 싱글침대 2개를 나란히 붙인 침실을 만들었다. 침대 사이즈에 맞게 부부침실 크기를 정하니 3평이 조금 넘는 아늑하고 심플한 공간이 되었다. 부부침실에 딸린 드레스룸은 11자형으로 가로 1.8m짜리 옷장을 양쪽으로 짜서 넣었다. 옷과 이불의 양을 많이 줄였기 때문에 이 정도의 수납공간에 부부의 옷과 이불 등을 모두 수납할 수 있다. 2층 아이방에는 이케아 로프트 침대를 놓을 예정이었는데 위층이 침대이고 아래는 책상과 옷장이어서 공간활용이 좋았다. 사이즈를 미리 조사해서 평면에 반영했다. 책장은 기존에 쓰던 것을 놓을 예정이어서 사이즈를 재어 도면에 그려두었다. 


2층은 박공지붕을 살려 사선 천장이 될 예정이어서 높이가 넉넉했다. 그래서 바닥공간이 좁아도 답답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세탁실에는 세탁기 사이즈를 재서 도면에 그려두었다. 빨래 건조대도 세탁실 안에 두고 싶었지만 공간을 확보하기가 힘들어 빨래건조는 2층 세탁실앞 복도공간을 이용하거나 2층 외부데크를 이용하고 있다. 모두가 찬양하는 건조기 놓을 공간도 미리 확보해뒀으면 좋았으련만 세탁실 공간이 아쉽다. 반 평 정도 되는 기도실에는 작은 책상을 붙박이로 제작할 예정이었다. 미니멀한 집을 지향했기 때문에 짐이 많이 없었고 모두 미리 사이즈를 재서 도면에 반영해 놓았다.


여행용 트렁크 같은 큰 짐은 외부 창고에 보관하고 있고, 선풍기와 가습기 등 계절 용품은 2층 세탁실에 선반을 설치해서 수납하고 있다. 짐도 꼭 필요한 만큼만, 공간도 꼭 필요한 만큼만 불필요한 짐과 공간이 없는 미니멀한 집을 지향했기 때문에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공간 낭비가 없도록 하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여유를 두지 않고 너무 딱 맞게 평면을 만든 것이 아쉽기도 하다. 주방 다용도실의 경우 1층 공간의 창고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넉넉하게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후회할 때가 종종 있다. 다음에 집을 지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관창고, 주방 다용도실, 세탁실 등의 공간은 여유있게 확보해 두고 싶다. 이런 부속공간이야말로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후회가 들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미니멀라이프를 기억하면서 짐을 줄이면서 편리하게 살려고 노력 중이니 뭐 괜찮은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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