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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집짓기2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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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Jun 09. 2023

땅콩집 초대

한참 건축가를 알아보던 시기에 땅콩집을 지어 살고 있는 지인의 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남편의 회사 후배였는데 후배는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와 함께 땅콩집을 지어 산지 1년이 되었다고 했다. 고맙게도 우리는 집구경을 하면서 집 짓기에 관련한 유익한 이야기도 듣고 마당에서 바비큐까지 얻어먹고 왔다.


후배의 집은 잘 정비된 주택가에 있었고, 깔끔한 외관과 예쁘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매력 넘치는 집이었다. 지하에서부터 다락까지 총 4층으로 되어 있어 세로로 공간감이 풍성하고, 각 공간이 아기자기하고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점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공간이 서로 단절되어 있어서 소통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계단이 많아서 힘들 것 같기도 했다. 흥미진진한 집 구경을 마치고, 옆집과 함께 쓴다는 마당에서 바비큐를 대접받았다. 마당에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나누다 보니 나로서는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어색함을 넘어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이들도 마당과 집 전체를 뛰어다니며 신나게 어울려 놀았다. 아이도 어른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집 짓기에 있어서는 선배인 후배 부부에게서 집 짓기에 대한 여러 가지 조언을 들었다. 후배는 집 짓기에 대해 너무 철저히 공부하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준비할 것을 조언했다. 많이 공부할수록 눈이 높아져 오히려 예산이 올라갈 수 있으니 많이 알아보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건축가와 설계할 때, 세부적인 것까지 충분히 논의한다면 시공할 때 추가 비용이 발생해 당황하는 일이 없을 것이며, 실력 있고 인기 있는 시공사의 경우 시공사 스케줄에 맞춰야 하므로 설계와 공사 일정은 너무 촉박하지 않게 넉넉히 잡으라고 했다. 토지담보대출이 필요할 경우 모든 은행에서 해주는 것이 아니며 단독주택지가 많은 지역에 있는 지점에서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단다. 책과 인터넷으로만 접해온 집짓기 정보를 직접 집을 지은 사람에게서 들으니 더욱 생생하게 잘 와닿았다.


후배의 부인은 집 짓기를 준비하는 우리를 보며 부럽다고 했다. 듀플렉스가 아닌 단독주택을 짓는 것도 그렇고 자신은 집 짓기를 준비하고 설계하는 과정이 신나고 재미있었다면서 말이다. 오히려 나는 집 짓기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끝내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후배가 부러웠다. 주택에서 생활하는 후배 가족의 일상에 초대되어 따뜻한 시간을 가진 그날 이후로 나는 집 짓기의 설렘과 즐거움을 다시금 되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은 나 혼자서 아등바등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주변이 보이고 행복한 기분이 자주 들기 시작했다. 주말에 시청에서 주최하는 정원박람회에 갈 생각을 해도 설레고, 집 짓기에 대한 책을 읽는 것도 즐거웠다. 후배 가족의 주택 생활에 우리를 겹쳐보면서 미래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다. 이제까지 내 시선이 바로 앞에 닥친 일들에 고정되어 있었다면 좀 더 멀리 그리고 높이 옮겨졌달까? 얼른 집을 지어 후배의 가족들을 우리 집에 초대해서 저녁을 대접하며 집 지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날로부터 3년이 지난 후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집을 짓고 후배의 가족들을 초대해서 저녁을 대접했다. 아이들은 몇 년 만에 다시 만났어도 신나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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