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집짓기2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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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창을 내겠소

창문 정하기

by 김수한무 Jun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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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부터 우리 집 설계를 시작해서 2주 간격으로 건축사무소와 미팅을 하며 도면을 만들어 나갔다. 5월쯤 평면이 완성단계에 이르게 되자 집의 입면도와 창호 도면이 나왔다. 입면도를 통해 동서남북 사방에서 바라본 건물의 겉모습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창은 채광과 환기, 조망 등 제 역할을 하도록 위치와 크기를 정하는 동시에 크기와 모양이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도록 배치한다. 건축사무소에서 이 모든 걸 고려해서 설계한 창호도를 주셨다. 우리는 이 창호도를 보면서 창문의 크기와 열리는 방향, 여는 방식이 여닫이인지 미닫이인지, 바닥으로부터의 높이는 어떤지 알 수 있었고 원하는 대로 협의하에 수정할 수 있었다.


우리 집은 남동향이라서 아침과 낮에 동남쪽의 햇볕이 잘 들어오도록 그쪽 방향으로 창을 크게 냈고, 지는 해는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옆집과 면해 있어 서쪽 창은 최소로 했다. 1층 거실과 주방은 남동쪽 마당 쪽으로 큰 통창을 냈는데 마당으로 오갈 수 있는 출입구 역할도 한다. 주방에는 길가에 면한 쪽 벽에 기다란 고창을 내줘서 길가 쪽으로부터 시선은 받지 않고 채광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식탁 의자에 앉으면 고창 너머로 주변 산이 조금 보여 가끔씩 멍 때리기도 좋은 창이 되었다. 좋은 전망이랄 게 없는 우리 집에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고창이 있어 고맙다. 길가 쪽에서 봤을 때도 고창이 있어 답답하지 않고 열려 있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고창을 통해 집안이 조금이나마 들여다 보이는 게 사람 사는 집이구나 하는 따뜻함을 준다. 


북쪽창은 남쪽 창과 바람이 통하는 환기의 용도로만 작게 냈다. 작은 창들은 모두 여닫이 창이다. 이제껏 미닫이 창만 경험해 본 나로서는 여닫이 창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여닫이창은 열고 닫을 때마다 어쩐지 기분이 좋은 장점이 있지만 환기할 때마다 창문이 닫히지 않도록 스토퍼로 고정해줘야 하는 단점도 있다. 


집 전체적으로 남쪽에는 큰 창을, 북쪽에는 작은 창을 내주어 채광과 환기가 잘 되게 했다. 덕분에 하루종일 밝은 집에서 살고 있다. 집을 심플하게 짓는다고 처마를 따로 달지 않았고, 구조상 처마가 생긴 창들이 몇 개 있는데 처마가 있는 쪽 창은 비가 와도 창을 열어둘 수 있어 편리하다. 


창은 독일식 시스템창호를 설치했는데, 기밀이 좋고 3중 유리여서 단열에 유리하고 이중창이 아닌 단창이라서 보기에도 깔끔하고 열고 닫기도 편리하다. 단창이기 때문에 창턱이 생겨서 물건을 올려둘 수 있다. 먼지도 잘 쌓이기 때문에 닦아줘야 하지만. 시스템창호에 틸팅기능이 매우 편리한데, 창을 기울여 열어서 공기는 통하면서 시선과 햇볕 등은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잘 활용하고 있다. 창호 프레임 재질은 가격이 합리적이고 단열성도 높은 PVC소재로 선택했다. 프레임 색은 기본적으로 흰색으로 나오고 색을 입히면 비용 추가가 있다고 한다. 내부는 흰색, 외부는 짙은 회색으로 정했다. 창호에 꽤 큰 비용을 투자했는데 살다 보니 단열성과 심미성에 있어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창호가 가격대가 있는 만큼 AS비용도 높다는 것이 단점이다.


주택에는 사방으로, 지붕까지 창을 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 중 하나다. 각자 취향에 맞게 창 크기와 위치, 여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 창을 통해 집의 표정이 풍부해진다. 또한 화장실에 창을 낼 수 있어 환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점도 좋은 점 중 하나다. 


집을 짓거나 인테리어를 앞두고 있다면 고정창의 매력도 누려보기를 권하고 싶다. 고정창은 열고 닫을 수는 없지만 채광과 조망을 위해 설치하는 창이다. 고정창을 경험해 본 일이 없어 환기도 못하는 창이 왜 필요할까 싶었지만 적절한 곳에 설치하면 액자 같은 창을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열고 닫는데 필요한 프레임과 손잡이, 방충망 등이 시선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액자 같은 창이 된다. 우리 집에서는 거실 소파에 누우면 높이 달린 고정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데, 가끔씩 하늘 액자에 구름이 떠가는 것을 바라보는 일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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