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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집짓기2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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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Aug 25. 2023

아름다운 현장의 순간

골조공사

기초가 든든히 놓이고 골조공사가 시작되었다. 경량목구조로 설계한 우리 집은 약 2주간에 걸쳐 빠르게 집의 뼈대가 올라갔다. 골조공사가 착수했다는 건 입금일이 도래했다는 의미! 지불해야 하는 공사대금은 다음 달 전세금을 받아 갚기로 하고 시동생에게 잠시 빌렸다. 전셋집에서 나와 몇 달간 오피스텔에서 살기로 해서 전세보증금을 공사대금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시동생 찬스로 은행에 복잡한 대출 절차 없이 공사대금을 치를 수 있었다.


골조가 올라간 모습을 보기 위해 현장으로 갔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골조목들이 생각보다 깔끔하지 않고 조금 누덕누덕하게 세워진 것 같이 보였는데, 직접 가서 보면 또 다르겠지. 걱정보다는 기대가 되었다. 골목에서 차로 우회전을 하는데 기초만 있던 터에 나무 골조로 집 모양이 올라간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단단한 회색 콘크리트 기초 위에 선 뽀얀 나무 골조로 서있는 집에 들어가니,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오며 은은하게 망치소리가 들렸다. 아름다운 현장의 순간이었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골조팀장님도 이날 처음 뵈었는데 괜히 엄청 멋져 보였다.


현장소장님이 옹벽의 높이를 정하는 등 여러 과정에서 건축사무소 이 과장님의 노고가 컸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바쁜 건축가를 대신해 이 과장님과 김 사원님이 우리 집 업무를 대부분 맡아해주고 있었다. 오후에는 건축가가 감리를 보러 현장에 온다고 했다. 나는 그 어떤 것도 건축사무소로부터 직접 듣지 못했는데, 건축사무소 분들은 그저 조용히 할 일하시는 타입인 건가 싶었다. 그동안 건축 사무소가 우리 현장에 신경을 안 쓰는 게 아닌가 염려했는데 현장 소장님의 말을 들으니 그렇지 않아 안도했다.


나무 골조로 벽이 올라가니 실제로 각 실의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거실이 생각보다 좁고 집이 전체적으로 아담하게 느껴졌다. 어떤 실은 생각보다 더 작아서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와 할 수 없지, 관리하기 쉽겠다 생각을 바꿨다. 


선반이 설치될 벽에 합판 보강을 위해 다시 한번 현장 소장님과 도면을 확인했다. 경량목구조는 목조골조를 40센티 간격으로 세우고 그 사이를 단열재로 메꾼다음 석고보드로 벽을 치기 때문에 벽에 가구를 매달기에는 힘이 부족해서 합판으로 보강한다. 당구장은 공간이 넓어서 목구조만으로는 부족해 철골 보강이 필요했다. 건축가는 이왕 철골로 골조가 들어가는 김에 철골 선반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주었다. 남편은 선반이 당구큐에 걸리지 않도록 당구장 벽에는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결국 철골조는 벽속으로 들어갔다. 


밤에는 퇴근한 남편과 에어컨 설치에 대해 협의하는데 아이가 자꾸 끼어들어서 미니 가족회의가 되었다. 이 또한 감사한 집짓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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