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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집짓기2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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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Sep 08. 2023

2층 공사가 잘못되었다

2층 아이 방 바깥쪽으로 베란다가 있다. 베란다, 발코니, 테라스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차이가 있는데 베란다는 보통 층간 면적 차이로 생긴 건축물의 일부를 말한다. 그림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베란다, 발코니, 테라스의 차이 (happycleaning.co.kr)


모든 주택이 그렇겠지만 목조주택에서는 특히 누수 문제가 중대한 하자이기 때문에 2층에 외부로 노출되는 평평한 데크를 설계할 때는 많이 조심스럽다. 방수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시간이 갈수록 주택이 노후되고 그에 따라 방수관리를 잘해주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방수층이 깨져 누수가 될지 모른다. 목조 골조에 물이 새면 골조가 썩기 때문에 특별히 방수에 신경 써서 설계와 시공을 한다.


우리 집 2층 베란다도 방수를 더 철저히 하기 위해 베란다 바닥에 경사를 주기로 했는데 그에 따라 1층을 30cm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1층이 높아지면 공간이 더 트여 넓어 보이니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환영했다. 30cm 높아지는 만큼 시공비 상승도 있을 텐데 그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추가비용 없이 높아지는 건가 보다 하며 앞으로 벌어질 일도 모른 채 좋아했다.


어느 날 현장소장님과 2층 창문 위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문의 위치는 바닥으로부터 높이로 도면에 표시되어 있고 도면대로 시공했는데, 창문의 균형이 안 맞았다. 알고 보니 2층의 층고가 30cm 낮아져 있었던 것이다! 집 전체의 높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1층의 높이만 올렸던 결과였다. 럴수럴수 이럴 수가!!!


2층은 박공지붕 형태를 따라 경사진 천정인데 2층 천고가 30cm 낮아져 경사가 낮은 쪽 높이는 2m가 되어버렸다. 경사지붕이기 때문에 경사가 높은 쪽 층고가 있어 다행이긴 하지만, 경사가 낮은쪽 벽에는 2m 넘는 가구를 붙일 수도 없고 2층이 전체적으로 낮아지게 된 게 너무 속상했다. 이 사실을 알고는 1층 높이가 높아지는 것에만 좋아했던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공짜로 1층이 더 높아지는구나 싶어 좋아했던 털끝만 한 탐심 때문에 전체 층고와 2층의 층고는 어떻게 되는지 확인도 안 해본 내가 부끄러웠다. 곧이어 현장소장님이나 설계사무소 L과장님이 왜 2층 높이에 대해 언급을 안 해주셨는지 화가 났다. 가장 화가 나는 건 건축가 K소장님에게였다.


건축가와 집을 짓겠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가 현장 감리를 해주는 역할 때문이었다. 현장 분들과 소통할 전문 지식도 없고 주로 아저씨들인 그들을 상대할 만큼 넉살도 좋지 못해 자신이 없었다. 건축가가 그 역할을 해주기를 원했다. 그러나 바쁜 건축가는 자주 오가며 감리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사달이 났다고 생각되었고 K소장님에게 모든 원망의 화살이 돌아갔다. 공들여 고른 건축가건만 소통에 대한 의지도 볼 수 없고, 건축가에게 내 속내를 주저리주저리 적어 용기 내어 보여주었을 때 내용이 길다는 첫마디, 건축가의 집에 방문했을 때 억지로 쳐들어간 듯 홀대받은 민망함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생각이 났다. 건축가를 의지하고 싶었고 좋아하는 마음이 컸기에 그만큼 실망했고 원망했던 것 같다. 


K 소장님에게서 소통의 의지도 볼 수 없고 다른 작업들로 바빠 내 기대만큼 우리 집에 신경을 써주지 못해 K소장님과 소통하기보다 L과장님과 소통하는 게 더 편했는데 이게 실수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질적으로 우리 집을 담당하여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는 분들은 설계사무소의 K소장님이라기보다는 그 밑에서 우리 집 설계를 담당한 L과장님과 직원 분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K소장님을 거치치 않고 L과장님과 이야기하는 게 편해서 그렇게 하게 되었는데, 일이 잘못될 때마다 이게 실수가 아니었나 곱씹게 되었다. L과장님이 K소장님께 승인을 받는 절차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경험이 더 많은 K소장님과 끝까지 직접 소통했어야 했던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속만 끓일 뿐 결국 K소장님께는 직접 표현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L과장님께만 2층 층고가 낮아진 것에 대해 실망감을 전달했고, 2층 층고가 낮아 전체적으로 다락방 같은 분위기가 되어 아늑하다며 나 자신을 달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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