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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곰인형 11화

소원을 말해봐

처음 보는 차를 보고 보리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by 황규석

6살 꼬마숙녀 보리는 보호소 2층 창가에서

도로 위를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는 것이 즐겁다.

도로를 왕복하는 자동차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일이

보리의 하루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작은 꼬마 숙녀의 손에는

하도 잡고 싸워서 늘어진 갈색

강아지인형 담비가 함께 있었다.


자원봉사 아주머니가 한번 물어보았다.

"우리 예쁜 보리는 왜 매일 창가에서 밖만 바라볼까?"

"...."

작은 타월을 포대기로 강아지 담비를

등에 엎고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보리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아빠가 차 타고 보리를 데리러 온다고 했어요..."

"아, 그래서 아빠차 기다리는구나~"

"보리랑 담비랑 아빠차 타고 집에 갈 거예요..."

"그래 그렇구나 우리 보리 좋겠네"


보리는 햇살의 집을 가로지르는

3번 국도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오가는 자동차를 보고 있었다.

코를 훌쩍이자 하얀 콧물이

반쯤 내려왔다가 흉터가 난 콧등

아래에서 깜짝 놀라 다시

작은 코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담비야, 언니가 너도 같이

데려갈 거니까 걱정 마아~~"

보리는 창가에 세워둔

담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빨간 저녁놀이 물들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역시나 창가에 있는

단비의 눈에 이상한 차가

눈에 불쑥 들어왔다.

차 2대가 연결된 것이었다.

타이어가 펑크 난 카라반이

고장이나 서 있던 것이었다.


"이모, 저 거는 무슨 차예요"

보리는 신기한 차를 손으로 가리키고

눈을 반짝거렸다.

식당 청소를 마친 이모가

와서 밖을 내다보았다.

"아, 저건 캠핑카 같은데..."

"캠핑?... 무슨 말이에요..?"

"아, 산과 바다에 작은 집처럼

차로 다니며 여행하는 거야..."


카라반을 끌던 고급 승용차에서

선글라스를 낀 젊은 부부가 길가로 나왔다.

이어서 뒤에선 남자아이가 나오더니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젊은 여자는

옷을 입은 하얀 강아지를 안고 있었다.


잠시 후 레커차가 도착했다.

승영차 옆에서 로봇을 안고 있던

남자아이가 건물 2층의

보리와 잠깐 눈이 마주쳤다.

꼬마는 로봇 팔을 자랑스레

펼쳐 보이고 어깨를 들썩였다.

잠시 후에 레커차가 도착하여

카라반을 끌고 갔다.

그리고 승용차가 그 차를 따라갔다.


보리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침대와 부엌이 있는 캠핑차.

그 난생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을

눈에 오래오래 꾹 담아두었다.

멋진 캠핑차가 있으면

바다도 가고 산도 가고

차에서 잠도 자고...

맛있는 빵과 피자도 먹을 수 있으니까


눈을 감았지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우리 담비야, 아빠가

캠핑차 가지고 우리 데리러

오면 좋겠다. 그치?

우리 기도하자.

자, 너도 눈감아"


담비랑 마주 보며 이불을

덮고 누운 보리가 두 손을 모아 빌었다.

"하나님, 아빠가

캠핑차 가지고 보리랑

담비랑 데리러 왔으면 좋겠어요..."


달도 깊이 잠든 까만 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총총총 떠있는 밤이

하염없이 깊어갔다.

침대옆 2층 창가에 세워둔

보리의 휠체어가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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